■ "나 꼬째 조아해!"
"나 꼬째 조아해!"
네 살 박이 재원이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입니다. "나 꽃게 좋아해!"라는 말이지요. 재원이는 우리 나이로 네 살이지만 이제 세 돌도 안된 귀여운 제 조카녀석입니다. 여느 여자아이들이 그렇듯 품에 포옥 안기며 생글생글 웃어보이면, 정말이지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아이입니다. 재원이는 항상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나열하곤 합니다. 그 중에서 꽃게는 선택받은 녀석이지요. 재원이가 좋아한다고 밝히는 것 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이 바로 꽃게니까요. "나, 근혜고모 조아해" "나, 예린이 좋아해."(예린이는 재원이의 하나뿐인 또래친구입니다.) 오늘도 재원이는 내 품에 안겨 두 눈을 반짝이며 좋아하는 것들을 주욱 나열합니다.
이 아이를 볼 때마다 저는 항상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전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에 대해 더 많이 떠들어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TV를 보면서는 "난 쟤 싫더라. 이쁜 척 하잖아…."하고, 누가 다른 사람 흠을 잡을라치면 "맞아, 걘 그런 데가 있어…."하며 맞장구를 칩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우리 재원이에 비해 저는 이건 이래서 싫고 저건 저래서 싫은 ’투덜이 고모’입니다.
여러분은 좋은 것, 사랑하는 것을 말할 때 그 사람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 보셨습니까? 그에 비해 우리가 싫어하는 것, 미워하는 것을 말할 때 얼마나 추한 인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으십니까?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어렸을 때는 세상에 나서 처음 대하는 수많은 것들이 너무너무 신기하고 좋았을 것이라고. 그러나 모든 것에 익숙해진 지금, 저는 세상의 좋은 점, 소중한 점을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것이라고. 이제 세상을 보는 눈만큼은 어린 재원이가 되고 싶습니다. 늘 좋은 점을 발견하려 하고 세상의 소중함을 항상 잊지 않으며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 그런 ’재원이의 고모’가 되고 싶습니다. 그럼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어도 재원이가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처럼 반짝이는 맑은 눈을 가질 수 있겠지요.
오늘은 그런 가르침을 내게 가져다 준 이 맑은 영혼에게 맛있는 아이스크림 한 통 안겨야겠습니다. 그러면 분명 와락 안기면 이렇게 말하겠지요. "나 아스꾸림 조아해!"라구요.
[광고춘추 카피라이터 김근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