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한 친구랑 술잔을 기울일 일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문학이며 예술이며, 진리와 우주와 개인에 대해서
서로의 개똥철학을 늘어놓았지요.
술병의 수위는 낮아지고 우리는 약간 취했고 여름밤은 깊어가고..
아주 기분이 좋았어요. 오랜만의 토론이라...
생각해 보니까, 요즘들어 머리가 나빠지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더군요.
한 가지 생각에 몰입하는 데 점점 쉽게 지쳐가는 것 같아요.
간단히 말해서 단순해지는 것이죠.
왜 그럴까?
곰곰 생각해 봤습니다.
그건 제가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었어요.
직업상 매일 책을 본다고는 하지만,그건 일이구요.
제 공부를 안 하고 지낸 것이 어언 반년입니다.
학교 다닐 때 사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수업에는 참 열심히 임했었는데.
강의 시간에 듣는 새로운 이론에 흥미를 가지고 관련된 책을 찾아 읽기도 하고
교수님의 견해와 다른 생각을 가질 때는 용기있게 반론도 폈고....
강의의 어느 한 대목, 책 한 구절에 정신이 번쩍 들기도 했고
도서관의 오래된 책 냄새에 온몸이 저릿하기도 했고.
워낙에 학점에 무심한 터라
시험과는 무관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마음먹고 "앉아서" 책을 읽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밤새 뒤척이고 그러는 일이 없어졌어요.
제게 자극이 될만한 강의가 없어졌어요.
학교 다니는 것 자체를 그렇게 그렇게 그러어어엌케 싫어했던 저이지만
’강의’와 ’도서관’이 오늘은 그립습니다.
"마음먹고 앉아서" 공부하고 싶은 날입니다.
그런 제 책상위에 놓여있는 필름과 교정지.
원했던 일이니 불만은 없지만,
내 깊이를 위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