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는 길

2022. 7. 22. 오전 5:38:06

글자

n

늙어 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두리번 찾아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쉽습니다.



-윤석구 詩-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좋은 글. 좋은 시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