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3일 (홍)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성주간의 첫째 날인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파스카
신비를 완성하시려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교회는 오늘 성지(聖枝) 축복과 행렬을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영광스럽게 기념하는 한편, '수난기'를 통하여 그분의 수난과 죽음을 장엄하게
선포한다.
성지를 들고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는 것은 4세기 무렵부터
거행되어 10세기 이후에 널리 전파되었다.
우리는 오늘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의 전례에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는 예수님을
환영합니다.
환호하는 군중처럼 우리도 기뻐하며 메시아로 오시는 예수님을 반깁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님과 함께 십자가를 지겠다는 굳건한 결심이 없다면 우리의
환호는 변덕스러운 열광일 따름입니다.
역경 중에도 참되게 주님을 따를 수 있는 신앙의 은총을 청하며
'주님의 예루살렘 입성 기념식'에 참여합시다.
독서 <나는 모욕을 받지 않으려고 내 얼굴을 가리지도 않았다. 나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임을 안다('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
이사 50,4-7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자신을 낮추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셨습니다.>
필리 2,6-11
복음 마태오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입니다.
26,14─27,66<또는 27,11-54>
이사야서는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를 들려준다.
주님께서 그의 귀를 열어 주시니, 그는 거역하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않는다.
박해자에게 등과 뺨을 내맡길뿐더러 모욕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는 주 하느님께서 계시기에 수치를 당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제1독서).
바오로 사도는 필리피의 신자들에게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다고 전하며 그리스도인의 겸손을
깨우친다(제2독서).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큰 소리로 외치시고 숨을 거두시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고, 땅이 흔들리며 바위들이 갈라졌다(복음).
*언젠가 동창 신부가 준 상본 한 장이 있습니다.
뒷면에는 그가 직접 쓴 아름다운 기도문이 있었는데, 베드로 사도를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있는 그의 본당의 설립 40주년을 준비하는
기도문이었습니다.
상본의 그림은 그리스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활동한 유명한 화가 그레코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베드로 성인'이라는 성화였습니다.
이 그림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깊은 슬픔에 잠긴 표정과 애처롭게 보일 정도로 눈물 자국이 선명한 얼굴,
그러나 손과 얼굴의 방향이 가리키듯 하늘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베드로 사도의 모습을 거기에서 보았던 것입니다.
그 모습이 오늘 다시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의 수난기 중에서 세 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한 베드로가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슬피 운 장면(26,75 참조)을 들었을 때입니다.
처음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멍했습니다.
예수님의 체포에서 시작하여 십자가형으로 이어지는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길 가운데 지금 제가 어디에 서 있는지도 잘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조금 지난 뒤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조금씩 눈과 마음속에서 살이 찢기듯
스미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님의 수난이 너무 참혹하기에 흐르는 눈물이기도 하지만, 저의 죄가 그분을
십자가에 못 박았으며 베드로와 마찬가지로 그분에 대한 배반을 뉘우치는
눈물이라는 생각에 더 비통할 따름입니다.
작곡계의 거장인 독일 출신의 바흐가 만든 '마태오 수난곡'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들은 마태오 복음 26장과 27장을 주제로 한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곡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바이올린 독주를 타고 애절하게 노래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저의 하느님!'(Erbarme dich, mein Gott!)입니다.
이 곡은 바로 베드로가 눈물을 흘리며 부르는 노래입니다.
"저의 하느님, 제 눈물을 보시고/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 앞에서 아프게 통곡하는/ 저의 이 심장과 이 눈을 보소서, 하느님./
불쌍히 여기소서!/ 불쌍히 여기소서!"
우리는 이제 하느님의 구원의 신비를 더없이 깊이 체험하게 되는 성주간의
문을, 베드로 사도가 흘린 눈물을 우리 자신의 눈물로 삼아 열어야 합니다.
오직 그분의 자비만을 바라며 그 신비 속으로 들어설 수 있도록 애절하게
청해야겠습니다.
-매일미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