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13. 11. 18. 오전 7:07:26

글자

 

내가 지금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흔히 사물을 볼 때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즉 자신은 늘 합리적이고 공정하며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과 판단은 늘 옳고 자신은 웬만하면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착각이 아무리 신중하게 생각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혹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다가 내 말을 못 알아듣는 상대방이 머리가 나쁘다거나, 가치관이 이상하다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하지만 그 순간 상대방도 나와 똑같이 나에게 답답함과 한심함을 느낄 것이다. 가치관과 관점의 차이는 서로의 주관적 판단이 충돌한 것이기에 접점 없이 평행선만 그릴 때가 많다.

 

실상 우리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상황에 영향을 받고 환경과 삶에 의해 조절된 자신의 주관적 입장에서 본다. 우리들은 각자 스스로가 가진 독특한 경험의 렌즈를 통해 자신들의 방식대로 사물을 보는 것이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거나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주입된 대로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아랍에서 태어났다면 '모든 여자들은 머리에 수건을 쓰고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한다'고 굳게 믿으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라고 하신다.

 

TV에서 하는 말은 무슨 신주단지 모시듯 하고, 어떤신문에서 하는 말은 어떻게 토씨하나 의심하지 않고 잘도 믿고, 어느 논평가의 얘기는 절대 신봉을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은 별로 '먹히지가' 않는다.

 

믿음의 기본은 '주님을 따라가는 것'임에도 정작 주님 뒤는 따라가지 않고 엉뚱한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잘도 믿고 따라가고 있지 않은지 늘 돌아봐야 한다.

 

루카 복음의 다른 곳에 이런 말씀이 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우리 믿는 이들에게는 '나의 생각'이나 '세상의 시각'이나 '어떤 전문가의 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직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복음의 시각으로 나를 성찰하고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태초의 인간이 뱀에게 속아 금단의 열매를 먹고 원죄를 범했듯이 우리가 얼마나 잘 속아 넘어가면 예수님께서 '속지 말라'고, 제발 엉뚱한 것 좀 '따라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시겠는가?

 

이 번 한 주간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자. '내가 지금 혹시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지금 무얼 따라가고 있는가?'

 

 

-장광민 요셉 신부(송산 주임)-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