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라나게 하시며"
"손, 발,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버리고, 빼 던져 버려라.
두 손, 두발, 두 눈을 가지고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불구자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편이 낫다."(마르 9,43~47 참조)
저를 죄짓게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잘라내려 생각하다 보니 다 자르고
뽑혀서 아무것도 남지 않겠다 싶습니다.
제 것인 줄 알고 손과 발, 눈을 가지고 하고 싶은 욕심을 다 채우려
살아갈 때가 너무 많습니다.
물질, 육신, 보이는 것에 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데…
썩어 없어질 것들은 썩히고 잘라 버리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해야
하는데 다 잃는 것이라 여겨져 두려운… 포기와 비움, 떠남, 죽음입니다.
내가 가진 모든 것, 주님이 주시지 않은 것 하나도 없는데 그 소중하고
거룩한 것으로 죄를 짓고 살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람이기에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받을 상을 받을 것이다."
(마르 9,41 참조)
물 한 잔 나눔처럼 쉬운 주님을 위한 일도 많은데 그 선한 일을 뒤로하고
죄로 저를 이끕니다.
죄를 생각하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입으로 짓는 죄가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입을 막아야 하나, 혀를 잘라야 하나……. 어떤 책에서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 한대마을'에 있는 "언총(말 무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여러 어른들이 "언총"에 모여 쓸데없는
말과 비난하는 말을 모아 구덩이에 파묻습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답니다.
내 많은 말도 그렇게 묻어버리고 주님의 복음을 전하는 입으로 부활하기를
희망합니다.
땅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묻으며 사는 건
아닌지 돌아봅시다.
주님의 말씀만을 따르며 살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버리고, 떠나고, 자르기를 반복합니다.
불편함 없이 살아가거라, 비어 있는 그 자리를 채워 다시 새롭게 만들어
주시며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제는 너의 팔과 다리, 눈, 귀, 입으로 내 말을 잘 듣고 전하고,
내 뜻을 구하며, 내 일을 하도록 해라."
그 크신 자비와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이 나약하고 죄 많은 저를 주님의 도구로 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양승욱 로벨또 신부 (전주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