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만드는 일

2018. 8. 17. 오전 6: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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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만드는 일

 

 

휴가를 보내게 될 때면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료 신부님을 만나러 가곤 합니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동료 신부를 공항으로 마중 나온 신부님을 보면 처음 드는 생각은 “야위었다”입니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음을 한눈에 알아보게 됩니다. 바싹 야윈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그래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동안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습니다. 혼자 무언가를 사먹을 때면 한푼 두푼 돈을 계산해서 음식을 고르곤 하지만 외국에서 공부하는 신부님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외국 수도원에서 생활하는 신부님이기에 한국 음식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외국에서 비싼 음식인 한식을 사먹게 됩니다. “우와~! 아~!” 하며 감탄사를 섞어가며 한식을 맛있게 먹는 신부님을 보면 보는 제가 더 행복함을 느낍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함께 지내다 보면 그 사이 조금 살이 올라 훨씬 건강해 보이는 신부님을 보게 됩니다. 한국 사람은 역시 한식을 먹어야 건강해진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한국 사람에게 한식이 주는 힘은 그저 물리적인 배고픔만을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영혼을 감싸주는 힘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4복음서에서 모두 이야기하고 있는 “오병이어의 기적” 입니다.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을 배부르게 먹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이 복음 말씀을 들을 때면 자연스럽게 성체성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들은 성체가 주는 힘을 깨닫는 체험을 종종하게 됩니다. 특별히 오랜 기간 성당에 나오지 않으셨다가 고해성사를 청하시고 성체성사에 참여하시는 신자 분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십니다. 그분들의 눈물은 밀가루 빵에서 오는 고소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성체 안에 담긴 예수님의 사랑에서 비롯된 눈물입니다. 한국 사람이 한식을 먹고 허기를 채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위로를 받는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성체 안에 담긴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본당 사제들의 휴일인 월요일이 되면 저는 언제나 동료 신부님들을 만납니다. 신자분들이 일주일에 한번 주일에 성당에서 하느님을 만나듯이 저 역시 쉬는 날이면 동료 신부님을 만납니다. 한번은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약속 장소로 가고 있을 때 기사님께서 “왜 젊은 분이 남들 다 일하는 시간에 놀러가세요?” 라고 물으시기에 “저는 남들이 놀 때 일하고, 남들이 일할 때 쉬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에 기사님이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요식업에 종사 하시나 봐요?” 그 물음에 어찌 대답할지 모르다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네. 빵 만드는 일하고 있습니다.” 신자 분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게 되는 생명의 빵인 성체를 이루는 직무를 하면서 살아감에 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오천 명 앞에서 너무나 보잘 것 없었던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던 예수님의 모습을 마음에 새기며 정성스럽게 성체성사를 집전하겠습니다. -이 준 마르코 신부 (춘천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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