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죽는 것이었다.
소란하되 소란하지 않고
황홀하되 황홀하지 않고
윤슬이 사는 생애란 눈 깜짝할 사이만큼 짧은 것이지만
그 사이에 반짝이는 힘은
늙은 벌레가 되어가는 나를 번개처럼 때렸다.
바람에 팔락이는 나뭇잎처럼
비늘 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윤슬의 얼굴
너무 장엄해
나는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대천 앞바다에서 윤슬을 바라보다가 깨달은 일은
아름답게 사는 일이었다.
- 아름다운 얼굴 / 맹문재
해군에서의 사목활동 안에는 여러 장점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바다가
가까이 있기에 '윤슬'을 자주 목격합니다.
'윤슬'이란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윤슬을 머금은 바다는, 푸른빛이라기보다는, 황금빛으로 반짝거리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득합니다.
그런데 '윤슬'은 하루 종일 목격할 수 없습니다.
해가 떠오르는 중에 잠시, 해가 질 때에도 잠시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윤슬'이 지닌 아름다운 모습에 여운이 많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눈으로 직접 목격한 시간은 잠시이지만, 마음속에 머무르는 시간은
그 몇배에 달합니다.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는 시기가 왔습니다.
1년 365일중,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날들은 아주 잠깐의 순간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잠깐의 여행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줍니다.
그 힘으로 우리는 또다시 일상을 살아갑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신앙도 하느님 나라를 향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더위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대자연을 가득 담아
오는 여행도 지금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인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미사"라고 부르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적극적이며 의도적 비움의 '윤슬'같은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기훈 그레고리오 신부 (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