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된 부활을 기쁘고 경건하게 맞이하기 위해 우리 신앙인들은
사순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순시기 동안 십자가의 길 기도와 매일 미사 참례를 통하여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며 성경을 가까이하고 금육과 금식을 통해 주님의 수난에 동참합니다.
또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자선과 봉사를 더 열심히 실천합니다.
상처받고 상처 줌으로 뒤틀린 삶의 관계들을 회복하기 위해 서로 화해하고
용서합니다.
이런 우리의 노력 들은 잘못된 악습을 고치게 하고 나약함으로 지은 죄의
보속이 됩니다.
그리고 많은 신앙인들이 이 사순 5주간에 판공성사를 통하여 부활하신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치 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사순시기의 여정을 마음으로 다짐하고 노력하지만 적지 않은 경우
악습 을 끊어버리지 못하고 좌절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실천하기가 진정 어려운 것인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이 내준 숙제가 참 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안할 수 있는 만큼 안하며 버티어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 숙제를 하면서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불만과 불평을 마음에 가득 품게 됩니다.
이때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칩니다.
물론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벗어 날 수 있는 길은 숙제를
미루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마치는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해야 함을 알고 결국 하게 될 숙제를 미루었던 것처럼,
예수님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사순시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알면서도
그 실천을 미루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하느님을 저버리고 살 것이 아니라면 숙제는 결국 해야 할 것입니다.
미룬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 예수님은 "'아버지, 이때를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산란한 마음을 추스르며 이때를 위하여 왔다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어떤 결의를
느끼게 됩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도 예수님은 수난을 피하고 싶은 마음을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믿음으로 이겨내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우리 신앙인의 삶 역시도 이런 믿음과 결의가 필요합니다.
나약한 우리의 본성이 또 다시 실패와 포기라는 결과를 맞이하더라도
결국 숙제를 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매번 다시 믿고 다시 다짐하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하나 되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 없습니다.
사순 5주일 부활까지 남은 시간이 빠듯하긴 하지만 아직 숙제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을 위해 모든 신자 분들이 남은 사순시기를 미룸 없이
성실히 보내시길 기도합니다.
우리의 노력에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할 것입니다. 아멘.
-박순호 도미니코 신부 (춘천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