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로의 초대
지난 수요일, 우리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는 말씀으로
사순시기를 시작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의 길을 가신 그 사랑에 감사드리며,
나로 인한 주님의 아픔을 마음에 새기면서, 나 자신을 새롭게 하는
은총의 시간으로 보내시길 바랍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광야에서 계시던 때에
관한 말씀입니다.
공생활, 복음을 전하시는 큰일을 앞두시고,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으셨을텐데, 그 중요한 시간에 예수님은 아무것도 없고,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광야로 나가십니다.
성서에서 광야라는 곳은, 그렇게 모든 것이 결핍이 되어 있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지만, 동시에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져서 오직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상징합니다.
이미 하느님의 아드님이셨지만, 중요한 때를 앞두고 예수님은 그렇게
하느님만으로 당신을 채우십니다.
사순 첫 주일, 광야로 향하셨던 예수님에 대한 말씀을 전하는 오늘 복음은,
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우리에게도 예수님이 머무셨던 광야로 향할 수 있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으로 나아가, 오직 하느님만을 만나셨던 예수님처럼,
참 많은 것들을 마음 안에 담고 살아가기에, 하느님께서 머무실 수 있는
작은 공간조차 내어드리기 쉽지 않은 우리에게도, 광야로 떠나, 하느님께만
의지하는 은총의 시간으로 초대합니다.
광야에서 40일 동안 유혹을 받으신 후, 예수님께서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
하고 선포하십니다.
지금까지의 길과는 다른 길을 갈 수 있는 결단을 내리는 것, 그래서 하느님을
섬기는 데에 방해되는 것들을 내려놓는 것, 곧 삶의 방향을 새롭게 하는 길로
가는 것이 그 초대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변화하고 싶고, 새로운 삶을 원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변화를 위해 초대받은 삭막한 광야에서는 사탄의 유혹도
언제나 달콤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유혹을 받으셨기에, 더욱 우리와 함께 머물러
주실 것입니다.
언제나 유혹에 약한 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고백할 때, 함께 계시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내 자신이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존재라는 엄연한 사실 앞에서,
나에게서 하느님께로, 내가 가진 모든 집착에서 하느님의 이끄심으로 회개할 때,
우리가 보낼 사순시기는 분명 우리 모두에게 은총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최찬영 마르코 신부 (청학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