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잊고 사는 황금 계명
옛 프로그램 가운데 '아이디어 얼마에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한 개발자가 발명한 것을 많은 중소기업 대표들이 경매를 통해
일정한 권리를 얻는 것이다.
이른바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라는 속담이 생각났다.
개발자는 든든한 사업 후원자를 얻어서 좋고, 기업은 그 상품을 통해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프로그램 사상 최고가인 20억 원을 지원 받는 사람이 탄생했는데,
그는 '안심뻥튀기'를 발명한 사람이었다.
곡물을 넣으면 자동으로 소음도 없이 뻥튀기가 되는, 획기적이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개발자는 그 큰 투자금액을 지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아직 보완할 점이 있어 완벽한 제품이 탄생한 후에 투자를 받겠다는 발명자의
장인 정신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와 비교해 우리의 모습을 한번 되돌아보자.
우리가 물려받은 신앙의 성숙을 위해 얼마나 노력, 실천하고 있는지….
위에서 말한 개발자가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고백하고, 제품을 더 보완한 다음에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한 그 말이 심금을 울린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신앙인들이 가져야 할 자세라고 여겨진다.
우리는 예수님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계신다.
그럼에도 얼마나 자주 그분을 잊고 살아가는 빈껍데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가.
미사 때와는 달리, 성당 밖에 나가면 왜 이리 날카로워지고, 남을 미워하게 되고,
남이 내 말을 따르지 않는다고 서운하다고만 생각하며, 삶이 왜 이리 힘드냐고
투덜대는, 믿음 따로 행동 따로 인 변덕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될까?
이 질문에 욥은 인생의 고됨을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땅 위에서 고역이요 … 제 눈은 더 이상 행복을 보지 못할 것입니다."
욥의 이 탄식이 바로 지금 우리의 탄식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리스도인들은 절망과 탄식만 할 수 없다.
만약 우리 삶이 고통으로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이에 대해, 바오로 사도는 아무에게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얻으려고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반문한다.
왜 내가 이 세상에서 종이 되어야 하며, 왜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
여기에 대한 답은 오늘 복음에서 찾게 된다.
바로 '나 자신'이라는 우상 숭배에서 벗어나 철저히 주님의 복음을 살아야
하는데서 그 답을 발견할 수 있다.
복음에서 시몬의 장모는 자기 자신이라는 덫에 사로잡혀 열병에 걸린다.
그도 그럴 것이 결혼한 남자가 집도, 아내도, 직업도 버리고 떠돌이 부랑자 같은
예수라는 사람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니, 웬만한 사람이면
'저 죽일 놈, 지 마누라와 자식들은 어쩌라고'하면서 욕을 하며 딸을 버린 사위가
원수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인은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180도 변화된다.
이를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다가가시어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열이 가셨다.' 라고 증언한다.
사랑과 진리를 체험한 부인은 이제 자신이라는 올가미에서 벗어나 온 인류
공동체를 바라보게 된다.
'나'와 '너'를 넘어서 '우리'를 바라보게 되는 기적을 체험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사위가 '나'의 소유가 아니라 바로 '하느님'과 '온 세상 사람들'의 소유가
되기 위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의 우물 안 세상이 만천하로 넓혀지고, 변화 곧, 기적이 일어난다.
이제 그 부인은 자기 자신 안에 갇혀있던 열병에서 해방되어 공동체의 시중을
들게 된다.
온 인류 공동체의 봉사자로 거듭나는 벅찬 환희의 순간이다.
이제 우리의 시선을 '나'와 '내 것'에서 벗어나 온 세상으로 돌려야 한다.
내 것만 찾아서는 안 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예수님처럼 인류를 위해 우리도 자신을 내어놓아야 한다.
이 길만이 우리가 구원받는 길이기에 그렇다.
그러나 시작은 바로 '나'부터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이 바로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자녀에게 존중과 사랑을 받고 싶거든, 먼저 '내'가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예수님의 진리의 말씀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설종권 요한 세례자 신부 (수원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