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생명을 살리시는 하느님

2015. 6. 17. 오전 6: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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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생명을 살리시는 하느님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42장을 보면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도(道)에서 하나(一)가 생겨나고(道生一), 하나에서 둘이 생겨나며(一生二), 둘에서 셋이 생겨난다(二生三). 그리고 이 셋으로부터 만물이 생겨난다(三生萬物)." 여기에서 하나(一)는 우주 전체를 포괄하는 커다란 하나(太一, 太虛, 太和)를 뜻하고, 둘(二)은 음기(陰氣)와 양기(陽氣)를 뜻합니다. 그리고 셋(三)은 음기와 양기가 서로 갈마들며 조화의 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비어있는 공간인 충기(沖氣)를 포함한 숫자입니다. 바로 이 세 가지 기운, 즉 음기와 양기 그리고 충기가 서로 순환하며 조화를 이룸으로써 만물이 생겨나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은 바로 조화의 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충기(?氣)입니다. 충(?)이라는 글자는 본래 가운데가 비어있는 그릇모양에서 나온 글자입니다. 그릇의 한가운데가 비어있음으로써 그 쓸모가 있게 되듯이, 비어있는 공간이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음기와 양기가 끝없는 순환의 작용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비어있다는 것은 곧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도록 허락하고 받아들여 그 안에서 생명이 자라나게 합니다. 그리고 자라난 생명이 다시 떠나가는 것을 또한 붙잡지 않고 그냥 내버려둡니다. 그리고 자신은 여전히 비어있는 상태로 돌아가 고요히 머뭅니다. 이는 마치도 여인의 자궁과 같습니다. 그런데 이 충기(沖氣)는 음양의 두 기운과 더불어 셋을 이루면서 생명을 일으키는데, 그 흐르는 방향은 항상 취약(脆弱)한 곳을 향합니다. 마치도 바람이 밀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부는 것처럼, 상처입고 부서져서 생명의 치유가 필요한 연약한 부분으로 부드럽게 흘러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을 어루만지고 보살펴서 다시 살아나게 하고는 또다시 다른 취약한 곳을 찾아 떠나갑니다. 그렇게 멈추지 않고 순환하면서 끝없이 생명이 살아나게 합니다. 이것이 도(道)의 흐름이고 바로 자연(自然)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은 이러한 도(道)의 흐름과 다르지 않습니다. 성령의 바람은 항상 가난하고 병들고 상처입고 아파하는 곳으로 불면서 성부, 성자 하느님을 인도합니다. 그리고 성부, 성자 하느님은 그들을 품어 안고 치유하십니다. 새로운 생명을 일으키십니다. 성령의 바람은 또한 우리를 인도합니다. 하느님께서 일으키시는 생명의 창조사업에 우리 역시 참여하도록 초대하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약하고 병든 곳을 찾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은 삼위일체 하느님을 닮고 도(道)를 닮는 것입니다. -이근덕 (헨리코) 신부(수원교구 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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