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내 계약의 피다"
우리는 오늘 성체성혈 대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어릴적, 성체행렬을 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성체를 높이 든 신부님 뒤를 따라서 모든 신자가 도시 한 복판을 걷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신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세례 때의 굳은 맹세를,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뒷전에 두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심지어 사제 서품 때 맺은 약속마저도 어기거나 마지못해 지킬 때가 많습니다.
마치 탈출기에서 구약의 백성들이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겠습니다"라고 해놓고서도 수시로 어겼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성체 성혈을 내어 주신 예수님을 따르기보다 주님을 통해 내 욕심만
채우려는 나약하고 죄스런 습성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저에게는 성체성사가 꼭 필요합니다.
성체 성혈은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데 꼭 필요한 영양인 죄 사함을
끊임없이 공급해 주는 원천이십니다.
주님께서 당신 몸과 피를 내어 놓으시며 하신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떼어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 · ·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르 14,22-23)
이처럼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과 맺은 새 계약서에 당신의 피로 사인을
해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계약은 영원합니다.
그래서 성체를 영하는 우리 모두는 한 식구, 한 형제가 되어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도 성체성사 안에서 우리의 밥이 되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먹는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십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고!
이제 우리가 응답해야 합니다.
벗을 위하여 목숨을 던지는 사랑이 결국 나를 살리는 길이라고,
예수님께서는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위해서도 피를 쏟으셨다고,
그래서 내 앞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내 몸처럼 여기며 살겠노라고 · · ·.
이 성체성혈 대축일에 우리는 유다인들이 시나이 산에서 한 것과 같은
약속으로 다시 한 번 세례 때의 약속을 갱신합시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명하신 모든 것에 순종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새 계명을 지킬 것입니다."
-김성수 베네딕토 신부(문화미디어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