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 대축일
예전 본당에서 저와 함께 열심히 봉사를 하던 한 청년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밝게 웃으며 성실하게 봉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요즘 보기 드물게 훌륭한 청년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청년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봉사도 점점 소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궁금했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았더니, 뜻밖에도 자신의 신앙에 문제가 생겼다며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을 잘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쉽게 하느님 아버지는 믿을 수 있겠는데, 성자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성령까지 같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이 너무나 어렵고 모두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신약성경, 특별히 복음을 읽어보면 예수님과 성령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으니까, 공부하면서 시간을 갖고 기도하자던 저의 말도 소용이 없었고,
결국 안타깝게도 그 청년은 교회를 떠났습니다.
아직도 저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있는 이 청년의 냉담은 비단 이 청년 개인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삼위일체 교리 때문에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복음을 전할
사명을 주시며 파견하셨습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제자들 중에는 예수님을 의심하는 자들도 있었다고
복음사가는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뵙고 엎드려 경배하였다. 그러나 더러는 의심하였다."
예수님께서 선택하신 제자들 역시 예수님을 의심할 정도로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당신의 뒤를 이어 복음을 전파할 사명을 주시고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제자들은 하느님께 대한 모든 것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자신들이 체험한
하느님을 전할 수는 있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모든 것을 다 이해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다 알지 못한다고 내가 알고 있는 하느님을 전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처럼 우리를 파견하십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부족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하느님을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기쁜 마음으로
충실히 수행하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홍상범 다니엘 신부(청소년사목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