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보여주는 사랑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참으로 쉽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짊어져야 할 책임 앞에서는 힘겨움을 느낍니다.
혼자 남게 될지도 혹 혼자 짊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두려움
때문에..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점점 어색해하는가 봅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말을 하지 못해 후회하는가 봅니다.
못자리 공소(의정부교도소) 여사 접견실 앞에 성모자상이 장궤틀과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면회를 오신 교우분들이 그곳에서 눈물로써 어머니께 전구의 기도를
바치고 가시는 모습들을 봅니다.
그동안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사랑한다'는 말을 기도에 담아
봉헌하는 교우분들이 기도하는 뒷모습은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는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기도는 한결 같습니다.
저 높디높은 담장 안에 있는, 차디 찬 철창을 마주하며 성찰과 회계의 시간,
통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봉헌하는 기도이고,
절대 혼자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기도이고, 그렇기 때문에 굳이 긴말이
필요 없는 기도입니다.
가끔은 만기 출소하는 형제들이나 열심히 잘 살아서 가석방을 받아
출소하는 형제-자매들과 마지막 면담을 할 때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위대한 힘과 그 힘이 사람을 변화시켜주는 기적들을 봅니다.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죄를 잉태하는 달콤한 유혹의 늪에서
건져주는 것임을 깨달은 형제자매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제 짐을 대신 짊어지고 견뎌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자정이 지나서 혹은 해가 뜨기도 전에 굳게 닫힌 철문으로 나오는
내 남편 혹 아내, 내 아들 혹 딸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성모자상 앞에서 눈물로 함께 하는 가족들의 진심어린
기도를 통해 누구나 감추기에 급급했고 애써 외면해 버리고 싶었던
'죄'마저도 녹여버리는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 사랑을 다시금
마음 속 깊이 되뇌여 봅니다.
달콤하게 다가오는 유혹 조차도, 죄도 녹여버리는 이 '사랑'이라는 말,
교우 여러분들께서는 지금 어떤 사랑을 하고 계신지요?
주님 안에서 복된 부활의 삶을 살아가시길 함께 기도합니다.
-홍기환 베르나르도 신부(교정사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