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의 여정을 살아가는 신앙인

2014. 12. 15. 오전 6:2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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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의 여정을 살아가는 신앙인

 

 

오늘은 대림 제2주일이자 인권 주일이고 사회 교리 주간의 첫 날입니다. 대림은 待(기다릴 대)와 臨(임할 림)의 조합으로,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시기' 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자신을 '주님보다 먼저 와서 주님의 오실 길을 닦아 놓는 이'로 인식하고 있었던 세례자 요한이 등장합니다. 10월 9일에 본당 교우들과 함께 '순교자공경위원회'에서 만든 안내 책자에 따라 '신앙의 길' 순례를 시작했습니다. 8주에 걸쳐 매주 목요일에 순례를 이어가 11월 27일에 순례를 마감할 수 있었는데 총 89.6Km, 220리 길을 걸었습니다. 1구간-3구간은 순교자들의 묘역과 유적지를 참배하는 일정으로 구성 되었고, 4구간-7구간은 공소를 순방했던 사제들의 사목지역을 순례하는 일정이었는데, 특히 이 구간은 1918년 12월 2일부터 21일까지 20일간, 조선대목구 제8대 대목구장이셨던 뮈텔 주교님께서 직접 순방하셨던 길이기도 하였습니다. 신암리 성당, 무건리 공소, 노파 공소, 계묵리 공소, 쇠골 공소, 갈곡리 공소, 그리고 우고리 공소로 이어지는 순례의 여정은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신앙 공동체들은 하나같이 첩첩산중에 숨어 있었습니다. 선조들은 이 '은자(隱子)의 땅'에서 만물의 근원이신 하느님만을 섬기며 오랜 시간을 참으로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어떤 것도 빼앗아갈 수 없는 신앙의 확신과 기쁨 속에서 살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자발적인 선택이었다는 사실에서 이것이 충분히 느껴졌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도록,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려놓을 마음으로 살아간 이들의 삶은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두른 채,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예수님의 오심을 준비했던 세례자 요한의 삶과 신앙을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우리 나이로 65세, 노구를 이끌고 한겨울에 수단자락 휘날리며 이 길을 넘으셨을 노사제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풍요로움을 살면서도 더 편하고 쉬운 삶에 여전히 유혹을 느끼는 새카만 후배의 철부지 안위에 대해서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언제 오실지 모를 예수님의 재림을 잘 준비하기 위해, 사라져 버릴 것들이 아닌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뜻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하루를 마지막처럼 살아간 신앙 선조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예수님의 오심을 깨어 준비하는 신앙인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신앙인의 길 위에서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예수님을 향해 나아가는 순례의 여정이겠지요? -김규봉 가브리엘 신부(전곡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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