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첫 사랑

2005. 12. 20. 오후 9: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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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거한 교황 요한 바오로2세는

재치있는 유머와 새심한 배려로 

주변 사람들을 늘 즐겁게 했고

따뜻한 감동의 사연을 유난히 많이 남겼다

성직자가 되기 전 폴란드에서 

'카롤'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바오로2세는

운동선수, 배우, 극작가로 활약했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주와 준수한 외모, 

활달한 성격을 가진 그의 주변에는 

늘 친구들이 많았다

열 세 살 때

그는 한 살 어린 할리나와 학교 연극 무대에 섰다

둘은 소포클레스 비극 <안티고네>에서 

안티고네와 그녀의 하인 하이몬을 연기했다

이 인연으로 두 사람은 

크라코프 대학 폴란드 문학과에 나란히 진학하기도 했다

함께 연극 무대에 선 뒤부터 할리나는 카롤을 좋아했다

그러나 나치가 폴란드를 침략하자 

그들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카롤이 탐욕스런 인간의 이기심을 신의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사제의 길을 택한 것이다

훗날 폴란드 인기 배우가 된 할리나는 바티칸을 찾아갔다

그녀는 사랑했던 연인을 

수많은 군중과 함께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교황의 모습이 사라지려 하자 

마지막으로 그녀는 함께 자란 고향 

'바도비체'를 크게 외쳤다

그러나 교황은 그녀를 알아보지 못한 듯 

무심히 창문 너머로 사라졌다

몹시 실망한 할리나가 힘없이 돌아서는데 

갑자기 리무진 한 대가 다가왔다

교황이 아침 식사에 그녀를 초대한 것이다

교황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할리나, 나의 안티고네"라고 말하며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가슴속에 새겨진 사랑의 추억은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고 아름답게 빛난다

- 좋은생각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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