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2010. 9. 19. 오전 6: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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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 

             


            이른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팽개치고 어둔 굴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 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도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며 오지 않았던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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