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면허 탈출기

2007. 2. 9. 오후 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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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면허 탈출기

수녀원에 들어오기 전 취득했던 운전면허증은
이미 장롱면허증이 되어버린 지도 꽤 되었습니다.
그저 수첩이나 지갑 속에, 때로는 신분을 확인하는 데
쓰일 정도의 장식품이 되어가고 있었지요.
‘언젠가 운전해야할 일이 생기면 사용하게 되겠지, 뭐.’ 하는 생각만 막연했습니다.
그러던 중 공동체에 운전을 잘 하시는 수녀님들이 대거 소임 이동을 하시고 나니
공동체는 일제히 운전 봉사자에 대한 뒤늦은 고마움과 아쉬움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때,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운전을 배워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지요.

‘장롱면허의 시내연수’….

드디어 시내 도로연수에 들어가게 되는 첫날이 되었습니다.
친절하게 반겨주었던 강사는 운전에 대한 기초 상식과 운전 방법 등을
간단히 설명해 준 다음, 이어서 이렇게 말했답니다.
“자, 수녀님! 이제 수녀님이 직접 운전을 해 볼 차례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지금 수녀님이 운전대를 잡고 계시지만,
지금부터 하는 운전은 수녀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하는 운전입니다.
그러니까 두려워하거나 겁먹지 말고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을 시작하세요.
이 차는 운전 연습을 위한 차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다들 조심해서 비껴 갈 거고요,
또 다급한 순간에는 제가 옆에서 도와준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그러면서 처음 운전하는 사람들은
‘이제부터 나 혼자 운전해야한다’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운전을 하게 되기 때문에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긴장을 많이 하게 된다는 것,
그래서 운전이 힘들고 두려워 진다는 것과
그리고 ‘함께 운전해 주는 사람이 바로 옆에 있다’라는 믿음까지 더불어 언급한 뒤
함께 운전을 시작했습니다.

‘아!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비단 운전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도직 현장에서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놓치고
나 혼자 서 보려고 발버둥칠 때마다,
점점 크게 눈 덩이처럼 뭉쳐지는 두려움의 원인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운전을 시작하는 저의 첫 마음은 ‘믿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생활에 활력과 기쁨을 주는 것도 ‘믿음’이라는 사실을
마음으로 깨달으면서 ‘믿음’이란 단어를 깊이 새겨보았습니다.

행복지기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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