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정돈
이것저것 할 일로 가득 찼던 책상과 책장을 정리하고 있는 제게
동료 수녀님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습니다.
“일이 잘 안 풀리나보네요?”
“아! 예~”
왠지 제 영혼의 상태를 들킨 것만 같아 화들짝 놀랍니다.
그러고 보니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상하게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에는
습관처럼 제 주위를 정리하곤 합니다.
더러는 소소한 주변정리로 끝나지만,
책장은 물론 서랍속의 소지품까지 몽땅 꺼내어놓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려가며 대청소를 하기도 합니다.
새로운 인연으로 만났던 이들에게서 받은 명함,
수첩 귀퉁이에 급히 적어놓았던 연락처들,
감명 깊게 읽었던 책에서 베낀 글귀 한 줄,
책상 언저리에 붙여놓았던 메모지들….
여기저기에 정리되지 않고 쌓아두었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비수녀시절 지도수녀님께서는
수도생활의 기본은 정리정돈이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영혼이 정리정돈 되어있지 않으면 영성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요.
생활이 정리되어있지 않는 것은 영혼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단적인 예를 보여준다는 것이죠.
일상을 잘 정돈하는 일은, 어쩌면 흐트러져있던 마음을 추슬러 가며
주위를 둘러보게 하는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달의 한 번쯤은 바쁜 일 눈 딱 감고,
일상을 정돈하듯 내 내면의 일들도
그 분 앞에서 정돈하는 시간을 더불어 가져보는 것은 어떠신지요.
행복지기 수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