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서 외화나 만화를 볼 때마다 극중 인물들의 목소리를 내는 화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얼마나 그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연기를 하는지, 어쩌다 배우의 실제 목소리를 듣게 되었을 때 그 어색함이란…. 그런 걸 보면 극장에서와 달리 안방에서 외화를 보는 재미에는 성우들도 크게 한몫을 하는 게 분명하다.
이번 호 ‘아, 교우시군요’ 주인공은 성우 박신영(가브리엘라·53) 씨다. 내년이면 성우 생활 30년이 되는 베테랑 성우인 그를 한국정책방송국 녹음현장에서 만났다. 대화할 때와는 사뭇 다른 그의 목소리에선 어떤 힘이 느껴진다.
“처음엔 제게 그런 달란트가 있는지 몰랐어요. 극단에서 잠시 연극을 했었는데, 가족들이 목소리가 좋으니까 성우를 한 번 해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래서 스물다섯에 성우를 시작했죠. 선배님한테 훈련을 받은 저는 지금처럼 방송아카데미에서 성우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연극영화과 출신도 아니라 사실 밑바탕이 부족했어요. 스스로 배우면서 깨달아야 했어요. 뭐든지 하루 아침에 되는 게 없잖아요. 성우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이제서야 성우에 대해서 조금 알 것 같은 걸요.”
책을 읽을 때도 소리내어 읽으며 항상 자기 소리를 준비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자니, 연륜이라는 것은 단숨에 쌓이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그동안 라디오 드라마를 주로 해온 박신영 씨는 KBS 라디오 드라마 ‘즐거운 우리 집’에서 할머니 역으로 실력을 인정받으며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만화 ‘영심이’에서 엄마 역할을 한 이라고 하면 단번에 기억할 이들이 많겠다.
20대 후반부터 엄마나 할머니 역할을 도맡아 했다는 그에게 주인공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 “극에서는 한 명 한 명이 다 주인공이에요. 소리 색깔에 따라서 역할이 주어지는 것이죠. 선배들 때만 해도 옥구슬 굴러가는 예쁜 소리가 환영을 받았지만, 제가 성우로 뽑힐 때는 소리 색깔의 다양함을 원했기 때문에 제가 성우가 된 게 아닐까 싶어요. 사실 저는 예쁜 소리는 아니거든요. 낮은 톤이고. 그래서 전 처음부터 엄마, 할머니 역할을 스스로 나서서 했어요. 자기의 목소리는 자신이 제일 잘 알아요. 그것을 개발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KBS 엄마 목소리는 박신영이다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답니다.”
그는 성우로서는 베테랑이지만 신앙에 있어서는 세례받은 지 1년밖에 안 되는 아직 어린아이라고 말한다. 친정식구들이 모두 신자였지만, 종교에 대해 깊이 생각을 하지 않은 탓에 자신만 성당에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에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가진 후 하느님께서 얼마나 많은 것을 베풀어주셨지를 깨닫게 되었다. 일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살면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위안을 얻었다. “그동안 제가 성우가 된 것이 제가 능력이 있어서 뽑힌 거라는 교만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목소리가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달란트라는 것을 여태껏 몰랐던 거죠. 신앙을 가지고 난 후 제 삶을 되돌아보면서,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게 내가 잘 해서 된 거라고 생각했던 저를 반성하게 되었어요. 그게 다 하느님의 계획이었음을 알았지요. 예전에 교회 출판사 쪽에서도 녹음할 일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냥 그게 단순히 일에 불과했거든요. 하느님이 그런 식으로 저를 부르신 거였는데 이제서야 응답을 했네요.”
느지막한 나이에 하느님을 알게 되었지만 참 행복하다고 그는 말한다. 이제 그는 더 바라는 거 없이 하느님 뜻대로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기회가 되면 성경 낭독을 하고 싶어요. 아무런 조건 없이 마음을 다해 읽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하느님이 제게 주신 능력이니까 이제는 제가 하느님의 사랑을 갚아야지요.”
뒤늦게 하느님의 사랑을 알게 되었지만 매일 매일이 새로운 느낌이라고 말하는 성우 박신영 씨. 기도도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고 좌충우돌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렇게 맛들여가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보인다.
성우 박신영
2007. 1. 5. 오후 1:58:57
글자
성우 박신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