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박형재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에 밀려 가을이 더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 같던 지난 9월 초, 평화방송 텔레비전 드라마 ‘성 김대건’의 시사회를 하루 앞두고 김대건 성인의 생애를 열연한 탤런트 박형재(크리스토퍼·32) 씨를 일산 SBS드라마제작센터에서 만났다.
지금은 SBS아침드라마 ‘맨발의 사랑’에서 주인공 박주완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박 씨는 지난 여름 촬영했던 ‘성 김대건’의 여운이 아직 쉽게 가시지 않는 듯했다.
김대건 성인 순교 160주년을 기념해 그동안 홍보용으로 다큐멘터리 정도만 제작되던 것이 이제 드라마로도 제작됐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드라마를 마치고 나니 견진성사 때 제 세례명을 대건 안드레아로 바꿔야 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사실 처음에는 출연 제안을 받고 많이 망설였어요. 부끄럽게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세례 받은 것이 신앙생활의 전부이고, 이미 두 작품이나 출연 중인데다 결혼 준비로 정신이 없었을 때였거든요.
원래 신앙인으로서 이런 배역을 맡게 되면 하느님께 감사기도부터 올려야 마땅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솔직히 다른 생각들이 더 앞서서 내가 정말 그런 역할을 해도 되는지 하느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매일 새벽 미사에 참례하는 아버지의 적극적인 권유로 출연 결심을 한 드라마 ‘성 김대건.’ 불볕 더위 아래 전통 의상을 겹겹이 껴 입고 여러 차례 산행을 해야 하는 육체적인 어려움이 컸지만, 무엇보다도 김대건 성인의 생애를 고스란히 담아야 한다는 부담이 커서 그는 촬영 내내 자신이 잘 하고 있는지 수시로 되물었단다.
생김새와 음색, 눈빛을 포함해 배역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은 배우가 지닌 고유한 카리스마이다. 스스로 신앙의 나약함을 얘기하고 있는 박 씨를 보면서 이번 역할이 오히려 그에게 맞춤 배역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제작된 드라마 ‘성 김대건’은 김 신부를 완전한 믿음의 순교자로 그려온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사제의 길과 순교의 소명 앞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는 인간적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가 고민하면서 찍었던 한 컷 한 컷이 오히려 더 큰 감동으로 시청자들 가슴에 휘감기리란 기대가 됐다 . 어머니인 송도순(성우) 씨의 영향으로 박 씨는 어려서부터 방송인이 꿈이었다. 평생 이뤄갈 꿈이기에 1995년 21세의 나이로 SBS탤런트 공채로 이른 데뷔를 해서 군대도 일찍 다녀오고, 학교도 충실히 다니다가 2004년 MBC 드라마 ‘왕꽃선녀님’을 통해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단막극을 주로 해왔어요. 연기자라면 누구나 자기만의 대표작을 꿈꾸죠. 하지만 배역을 가려서 맡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틈틈이 등산을 하면서 연기자로서 회의감에 빠지지 않도록 욕심 부리지 말자고 다짐해요. 순간에 충실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얼마 전 결혼하고부터는 슬슬 욕심이 생기는 것 같아 혼자 웃어요.”
그가 우선 욕심을 내는 것은 다른 데 있다. 결혼 뒤에도 아내의 제안으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아직 그의 아내는 종교가 없다. 그동안은 주일이면 성당보다도 혼자 등산을 즐겼지만 가정을 이루고 나니 주일마다 온 가족이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소박한 사랑을 키워가고 싶은 게 새로운 꿈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