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교우시군요 9월 영상만남 탤런트 이인혜 씨
자전거를 타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올라가는 것 같단다. 열두 살 때 아역 연기자로 데뷔해 지난해 KBS 드라마 ‘쾌걸 춘향’의 ‘단희’ 역을 연기하기까지 13년 동안 줄곧 발랄하고 통통거리는 역할만을 선보인 탤런트 이인혜(데레사·25) 씨. 그동안 연기자와 방송진행자로 꾸준한 활동을 해오면서도 그는 아역배우라는 꼬리표 때문에 욕심나는 역할 한 번 제대로 맡아보지 못한 게 적잖게 속상하다.
그런 그가 서서히 성인연기자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개월 전의 일이다.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황금사과’에서 비련의 여인 ‘홍연’의 애달픈 삶을 제대로 그려냈다는 호평을 받으면서 요즘 그는 오랜 연기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장맛비가 지나가고 늦더위만 남아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가을부터 방영될 예정인 KBS2 텔레비전의 수목드라마 ‘황진이’에서 황진이의 죽마고우인 개똥이역을 맡아 ‘기생 수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서울 강남의 한 메이크업 전문샵. 그의 다음 일정을 생각하면 조금은 빠듯한 시간이다. 그런데 약속 시간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취재 장비가 고장나 기자 일행을 당황스럽게 하는 일이 발생했다. 난감해 하는 표정을 읽었는지 다행히 이 씨가 나서서 매니저를 설득해준 덕분에 다음 일정을 미루고 인터뷰를 계속할 수 있었다.
급히 대체할 취재장비를 섭외하는 동안 핑계김에 여유 있는 만남이 되어 기쁘다는 이 씨. 나이 답지 않은 그의 속 깊은 마음 씀이 참 편안했다. 그는 요즘 하루 여섯 시간씩 춤과 가야금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 임영순 씨가 국내에 몇 안 되는 평양검무 전수자라서 주위에서는 이번 역할을 맡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극 중에서 그는 천출 신분으로 교방의 물을 긷는 노비 노릇을 하다 황진이의 어머니로부터 가야금을 전수받아 단심이라는 이름의 기생이 된다. 그리고 극 후반부에는 벽계수에게 이용당하면서도 그에 대한 순정을 잃지 않는 역할이다. 단심 역을 생각하면 이 씨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한다.
“정통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그동안 아역에서 틸피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지만 아직은 제 자신이 너무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한 연기변신을 시도한다는 것을 주저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 다른 색깔의 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 그리고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않는 진실한 연기가 나올 때 스스로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맛본다는 이 씨. 그래서 한 작품을 마칠 때마다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는단다.
“공부는 열심히 노력하면 1등을 할 수 있지만 연기는 다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운이나 주위의 도움도 따라야 하고, 부수적인 것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평생직업으로 연기자의 길을 가기로 한 이상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항상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해주는 하느님의 도우심이고, 그래서 늘 기도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하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