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의 짐 -정호승-

2014. 12. 13. 오후 8:35:58

글자

내등의 짐 -정호승-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게 됩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를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나의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게 됩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 준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싸이지 않게 하였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의 삶을 살도록 채찍질 합니다

 

댓글 2

  • 2014년 12월 16일 오전 10:22

    지난 목요일 대림특강에서 이상규 야고보 신부님이 소개하신 정호승 시인의' 내 등의 짐'이라는 시입니다. 다시 한 번 함께 묵상해보시죠.

  • 2014년 12월 17일 오후 6:34

    저번 특강 참석하지못해 아쉬웠는데..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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