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애비가…

2007. 7. 29. 오전 8:15:17

글자


지 애비가… / 김사현 베드로 ( 성지성당 )

저는 무료 급식을 하는 곳에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하루 200명이 넘는 독거 노인들과 노숙자들이 점심 한 끼를 먹기 위해
아침부터 빈 속을 달래며 모여 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여기서 먹는 한 끼의 식사로 하루를 연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민 소득 2만 불이 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그늘진 곳에서는
애면글면 질곡의 삶을 살아가는 무산자가
의외로 많음을 봉사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이 급식소는 몇 몇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수녀들과 봉사자들이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5일 동안 점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점심을 먹으러 오는 사람 중에 유일하게 어린애를 데리고 오는 젊은 부부가 있습니다.
삶에 지친 듯한 그 부부는 매일 오지는 않습니다.
아마 무료 급식소 여러 곳을 정해 두고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날이었습니다.
한 동안 오지 않던 부부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배가 몰라보게 불러 있었습니다.
둘째가 생긴 것입니다.

여자는 무거운 배를 뒤뚱거리며 걷는 것이 힘겨워 보였습니다.
이를 본 나이 지긋한 자매 봉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니 또 애 뱄나? 하나도 힘들낀데 둘째까지 가지면 우짤라고 그라노?”하고 걱정하며
나무라듯 물었습니다.


“지 애비가 다 알아서 하겠지요.”
이 말에 자매님이 머쓱한 표정이었습니다.

속으로 그랬겠지요.
“이 문디야, 지 애비가 그 형편에 알아서 하기는 뭘 알아서 한다 말이고?”
그러나 젊은 애기 엄마의 확신에 찬 대꾸에 그만 말문을 닫아야 했습니다.
그때 옆에서 보고 계시던 지도 수녀님께는
이 말이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았습니다.

‘지 애비가 알아서 한다니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천하의 명언이로고!’

수녀님은 소임을 맡아 급식소에 오신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걱정이 많았습니다.
매일매일 밀려드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배부르게 먹일 수 있을까 노심초사했겠지요.
수녀님은 오로지 주님께 매달려서 간청했습니다.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것은 모자라고 부족한 것들을
누가 어떻게 알고 주는 지 그것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퍼 주고 나면 또 채워지고 이렇게 8년여의 세월동안
주님께서 오병이어로 오천여 명을 먹이듯
매달마다 오병이어의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진정 하느님은 현존하고 다스리시는 주님이십니다.
수녀님은 마음속 깊이 다시 새겼습니다.

‘지 애비(주님)께서 다 알아서 하겠지요’ 하는 믿음을......

몇 달 후 아기를 낳아 안고 급식소에 나타난 네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맛있게 식사를 하는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얼굴 / 하모니카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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