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살 짜리의 기도
손주 넷과 밥상을 받았어요.
큰아들네 아들 둘,
작은 아들네 아들 둘이 여름방학 때 와서 함께 받은 밥상이었어요.
큰 녀석은 2학년, 그 다음은 1학년, 다음은 유치원, 막내는 다섯 살이었어요.
식사전에 제가 아이들에게 기도를 시켰지요.
큰 녀석은 '하느님, 우리를 할머니 집에 오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했고
작은 녀석은 '하느님, 감사합니다. 엄마 아빠는 못왔지만
우리들은 아주 잘 있어요. 이 음식을 잘 먹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했어요.
그리고 유치원 다니는 녀석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유치원에서
배운것을 줄줄 외웠어요.
저는 참 잘들 했다고 기도가 끝날 때 마다 하나 하나 칭찬해 주고 밥을
먹자고 하니까 아이들이 막내도 시키라는 거에요.
아이가 어려 기도를 할 것 같지가 않아서 제가 안 시키려 했던 것인데,
형들이 시키자기에 '막내 너도 기도해라' 했더니 이렇게 기도했어요
' 예수님 진지 잡수세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참 잘했다고 등허리를 두드려 주고는
아이들이 배 고플까봐 빨리 먹자고 했어요.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자꾸 기도가 되뇌어졌어요.
'예수님, 진지 잡수세요.'
저는 참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그 녀석의 머리를 자꾸 쓰다듬어 주었지요.
그 아이는 예수님을 멀리 계신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가족같이 생각했던 것이다. 가족같이 생각했기에 '예수님, 진지 잡수세요'하고 기도한 것이다.
이 얼마나 멋진 기도인가! 어른들의 기계적인 기도나 혹은 거창한 기도보다 이런 아이 들의 기도가 얼마나 더 진정한 기도인가!
"너희가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지 못한다."(마르 10, 15)
-빈자리-
최기산 신부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