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테를 위한 변명 / 나석중

2011. 10. 15. 오전 5:29:13

글자



고욤나무 Diospyros lotus


나이테를 위한 변명 - 나석중(1938~)

그의 일생은 어느 여름날
심심해서 던진 물수제비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건 나무의 울음이었다
나무가 울고 간 파문이었다

붙박인 삶이라고
사는 것이 고만고만한 나무는
슬프고 괴로울 것 없을 것이라 단정하지만
뿌리는
하루에도 몇 리를 물 길러 나갔다 와서
끙끙 앓는 것이었다
생이 아파 우는 것이었다
저 수만 마리 이파리들 뙤약볕 아래 나와
아우성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우듬지에
새의 둥지를 무상으로 세들이고 바깥소식을 듣긴 하지만
저 산 너머가 궁금하여
마음으로 가서 세상을 읽고 오는 것이었다

한 덩이 파문을 던져보는 것이 소원인
나무는

나석중 시집『촉감』(문학의전당,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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