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미안해
똘망거리는 눈매가
“우리 이 동네 개구쟁이에요”라고 말해주던
너희들을 만난 그날, 그 오후를 기억해.
바짝 마른 콧물 자국 하나로 나를 깔깔 넘어가게 하던 너희에게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들이 있단다.
있잖아.
구멍 하나쯤은 장식처럼 나 있는
낡은 운동화를 신겨서 미안해.
내 팔목에 반에 반도 안 되는 가느다란 발목으로
그 먼 길을 걷게 해서 미안해.
신발에 닿는 것도 싫을 만큼 더러운 물이 가득 담긴
양동이를 들게 해서 미안해.
이토록 맑은 얼굴에 하얀 부스럼을
긁적이게 해서 난 정말 미안해.
글. 윤지영
월드비젼에서 보내온 소책자에 실린 글입니다
시간이 몇 달이 지났건만 잊혀지지 않고
생생해지는 기억은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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