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운] 꼴망태..

2011. 6. 22. 오후 4:25:40

글자


 

꼴망태  
최명운

소싯적 그 언제였던가
십 리길 
학교 다녀오면 늘 주어지 일이 있었지
꼴망태나 
바지게 짊어지고 꼴 베러 가는 거였어
기분 좋을 때는 
룰루랄라 노래 부르며 꼴을 베었지만
그 시절 구슬치기 딱지치기에 정신 팔려
꼴 베는 것이 왜 그렇게 싫었는지 몰라

 



논둑 무성한 풀엔 나락에 소독하여
벨 수가 없었고
밭둑 소독하지 않은 곳이나
야산중턱 칡덩굴 베어야 했지
소가 먹는 꼴은 
개망초 쇠비름 억새 바랭이 
향기가 기가 막힌 사위질빵을 좋아했고 
토끼가 먹는 꼴은 
칡잎 아카시아잎
씀바귀 자운영이나 클로버 같은 것을 좋아했지

꼴 베러 갔다가
개울에서 가재 잡고 미꾸라지 중태기도 잡고
때론 무덤가에서 삘기 뽑아먹고
계곡에서 산딸기 오디 앵두 따서 먹고
살구 자두 울타리 너머로 하나씩 몰래 따먹고
행운의 네 잎 클로버 찾다가
미루나무 아래 팔베개하고 누워
버들피리 불기도 했고
그것도 재미없으면 망아지 풀 뽑아 입에 물다가 
이웃에 사는 순이 밭에 갈 때 쫓아가
쓸데없이 주변을 왔다갔다했었어

먼 훗날 순이는 서울로 보따리 싸 도망갔고
명절 때 어쩌다 내려오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
그래서 그랬던가 하기 싫은 공부 접고
무작정 도시로 도망갔다가 잡혀오기도 했고
서울이 꿈이기도 했지
아~그리운 옛날이여
그때 그 시절이여 다시 그날이 온다면 
꼴도 열심히 베고
어버이 말씀 잘 듣고 공부도 열심히
뻐꾸기 매미 여치처럼 노래도 부르고
시원한 그늘에서 순이하고 연애도 해봤으면.


도깨비뎐 

率享崔明雲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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