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열며-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2005. 5. 8. 오후 5:12:09

글자
2005년 5월 8일 주님 승천 대축일

제1독서 사도행전 1,1-11
이 책을 데오필로님께 드린다. 나는 먼젓번 책에서 예수의 모든 행적과 가르치심을 다 기록하였다. 곧 예수께서 당신이 뽑으신 사도들에게 성령의 힘으로 여러 가지 지시를 내리신 다음 승천하신 그날까지의 일을 시초에서부터 낱낱이 기록하였다. 예수께서는 돌아가신 뒤에 다시 살아나셔서 사십 일 동안 사도들에게 자주 나타나시어 여러 가지 확실한 증거로써 당신이 여전히 살아 계시다는 것을 보여 주시며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들려주셨다. 예수께서는 사도들과 함께 계신 자리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가 전에 일러 준 아버지의 약속을 기다려라. 요한은 물로 세례를 베풀었지만 오래지 않아 너희는 성령으로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사도들은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예수께 이렇게 물었다. “주님, 주님께서 이스라엘 왕국을 다시 세워 주실 때가 바로 지금입니까?” 예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 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능으로 결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사도들이 보는 앞에서 승천하셨는데 마침내 구름에 싸여 그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셨다. 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는 동안 그들은 하늘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흰옷을 입은 사람 둘이 갑자기 그들 앞에 나타나서 이렇게 말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너희는 여기에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 너희 곁을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시던 그 모양으로 다시 오실 것이다.”


제2독서 에페소 1,17-23
형제 여러분,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스러운 아버지께서 여러분에게 영적인 지혜와 통찰력을 내려 주셔서 하느님을 참으로 알게 하시고 또 여러분의 마음의 눈을 밝혀 주셔서 하느님의 백성이 된 여러분이 무엇을 바랄 것인지 또 성도들과 함께 여러분이 물려받을 축복이 얼마나 놀랍고 큰 것인지를 알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믿는 사람들 속에서 강한 힘으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능력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여러분에게 알게 하여 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능력을 떨치시어 그리스도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다시 살려 내시고 하늘나라에 불러올리셔서 당신의 오른편에 앉히시고 권세와 세력과 능력과 주권의 여러 천신들을 지배하게 하시고 또 현세와 내세의 모든 권력자들 위에 올려 놓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그리스도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으며 그분을 교회의 머리로 삼으셔서 모든 것을 지배하게 하셨습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만물을 완성하시는 분의 계획이 그 안에서 완전히 이루어집니다.


복음 마태오 28,16-20
그때에 열한 제자는 예수께서 일러 주신 대로 갈릴래아에 있는 산으로 갔다. 그들은 거기에서 예수를 뵙고 엎드려 절하였다. 그러나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을 내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명한 모든 것을 지키도록 가르쳐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어떤 국왕이 뒤늦게 딸을 낳았습니다. 너무나도 예쁜 딸이었지요. 하지만 이 왕은 성격이 무척이나 급했지요. 그래서 의사를 불러서 말합니다.

“나를 위해 공주에게 약을 먹여 빨리 자라도록 하라. 나는 이 공주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

의사는 말했지요.

“저는 공주님께 약을 먹여 빨리 크게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에 그 약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 약을 얻을 때까지 왕께서는 공주님을 보지 마십시오. 약을 쓴 뒤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의사는 곧 먼 곳에 가서 약을 구해오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뒤에 약을 얻어 가지고 돌아와 공주에게 주어 먹게 한 뒤 왕에게 데리고 가서 보게 했지요.

왕은 갓난아기가 아닌 공주를 보고는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의사로구나! 공주에게 약을 주어 갑자기 자라게 하다니”

왕은 신하에게 명령해서 그에게 보물을 주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왕의 무지를 비웃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공주가 12년 동안 자란 것은 알지 못하고 그 장성한 것만을 보고 약의 힘이라고 말하다니...”

맞습니다. 약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던 것이지요. 공주를 그렇게 훌쩍 크게 했던 것은 시간의 힘이었고, 공주 자신의 힘인 것입니다. 하지만 12년 동안 보지 못했던 왕은 공주가 커버린 이유를 엉뚱한 곳에서 찾으려고 했고, 그 엉뚱한 곳에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던 것이지요.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이해서 오늘 독서에서는 주님께서 승천하셨다는 내용이 나오고 있지요. 그런데 승천한 뒤에 제자들의 행동은 어떠했나요? 제자들은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천사가 나타나 말하지요.

“갈릴래야 사람들아, 왜 너희는 여기에 서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느냐?”

아마 제자들은 아쉬운 마음에, 즉 예수님께서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구나 라는 마음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나 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승천하심으로써 이 세상에 더 이상 계시지 않는 것인가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 바로 우리가 믿고 따르는 주님이신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약속해주십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

약을 써서 공주가 커버렸다고 좋아하는 왕의 모습, 주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아쉬움에 하늘만 쳐다보고 있던 모습. 어쩌면 우리들도 이런 모습을 간직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즉, 어리석은 판단을 가지고 이 세상을 살고 있다는 것이지요. 주님께서 우리를 키워주시고, 우리를 보살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세속적인 것들이 우리를 키우고 보살피고 있다는 어리석은 판단들. 주님께서는 어디에나 계심에도 불구하고 마치 성당에만 계신 것으로 생각하는지, 성당에서는 착한 척하면서 사회에 나가서는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하는 이중적인 모습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는 주님의 사랑에 희망을 두고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는 생활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때 우리들은 엉뚱한 곳에서 진리를 찾는 어리석은 행동만큼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성당에서만 기도하지 맙시다. 길을 가면서도 기도하는 습관을 들입시다.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도종환)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기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으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날 스무 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이었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히 피었다
시들면 자취 없는 사랑 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한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갈 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서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 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 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을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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