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미의 마음 엿보기]‘백 년 여우’ 전설과 연쇄살인범 강호순
정신과 전문의 융 분석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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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번에 사람들을 죽이는 집단살인자(mass murderer)와 달리 연쇄살인범(serial killer)은 보통 때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다가 살인을 저지를 때는 성적 쾌감이나 도박·마약에 빠진 사람들과 비슷한 강박적 사고와 행동을 보인다. 권태로운 마음과 공허감에 빠져 있다가 살인을 도모할 때는 병적인 불안과 함께 흥분을 느끼기도 한다. 마침내 살인을 저지를 때는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아팽창감과 변태성적인 극치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연쇄살인범들은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도 뉘우치기보다 오히려 살인 행위를 통해 억눌러 왔던 충동이 해소되어 시원하다고도 말한다.
잡히고 나서도 자기 범죄를 극적으로 과장되게 미화해 남들에게 으스대거나 타인이나 사회에 잘못을 돌리는 원시적이고 파괴적인 ‘투사(投射·projection)’란 심리기제를 사용한다. 사회를 탓하는 지존파와 유영철, 책을 쓰겠다는 강호순이 좋은 예다. 모방범죄(copy cat)를 조장하고 자신을 합리화하는 출판은 절대 반대다. 신나치주의자에게 교과서로 읽히는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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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을 사탄이나 악귀, 억울하게 죽은 귀신에 홀렸다고 보는 것은 전근대적 이해방식이다. 현대 의학은 무의식의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행동화하는 이들을 “남의 고통에 둔감하고 괴롭히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가학적인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로 간주한다. 스스로의 힘·지배력·우월감에만 집착할 뿐 영혼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에 대한 통찰이 없는 이들의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