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이향만 교수님

2010. 10. 4. 오전 7:32:52

글자
토요단상

안녕하세요?

매주 금요일 아침에 쓰던 '좋은날 아침에 드리는 글'을 앞으로 '토요단상으로 바꾸려합니다.

학기중에 짧은 글을 쓴다는 것이 사실 부담이 되었습니다.

별로 좋은 글도 아닌데 시간에 쫓기니 더더욱 형편없는 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글을 드리는 것을 그만둘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글을 드린다는 것이 저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따로 일기를 쓰지않는 저는 종종 단상을 쓰곤하였지요.

그 글을 '좋은날 아침에 드리는 글'로 대신하였습니다.

앞으로는 한주일을 보낸 토요일 저녁에 사색의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오늘은 영성철학연구회에서 다른 모임(운현궁 사랑방모임)과

파주로 영성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분들의 답사에 저희가 끼어서 간 것이지요.

장릉, 소령원, 자운서원을 다녀왔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왕릉과 서원을 다니며 차분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과 차를 곁들인 기억에 남을 행복한 기행이었지요.

산모의 배와 같은 능을 오르며 어린시절 소풍가서 구르던 생각이 났습니다.

여유있게 길게 늘어진 능선들, 그리고 휘어진 소나무 가지들

시간을 초월한 고요한 만남이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것과

우리를 거룩하게 하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그것은 한가지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태에서 고요를 배웠고

엄마 품에서 행복을 배웠습니다.

큰 무덤이든 작은 무덤이든

무덤 앞에 서면 우리는 그 생명의 신비를 떠올립니다.

 

비밀의 문을 통해 숲속 어딘가에 숨겨진 세계를 다녀온 듯합니다.

그 곳에서 우리 생명의 신비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우리에게 말을 거는 선현들 삶의 자취에

말과 생각을 잊고 지나간 푸른 숲속만을 바라봅니다.

조용히 내리는 비는 제가 그곳에서 나온 양

저를 안으로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저는 두 세계에 걸쳐 서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이향만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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