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선물...

2005. 6. 21. 오후 5:12:43

글자
 

오늘도 지각을 간신히 면하고 학교에 와서 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란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내 생일이라니...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에 대한 기분... 착잡하다.



나랑 마음이 잘 통하는 여선생님 한 분이 컴퓨터실로 들어왔다.


“류새임, 교무새임이 넘긴 공문장부... 내가 대신해 줄게요.”


학교감사가 이 번 주 금요일 바로 코앞이라 너도나도 정신없는 판국에

그 여새임도 매일반일 거라 생각했지만,

내 업무에 강제 청탁 들어온 남의 업무로 내 코가 석자였다.

백과사전 두께의 공문서 두 권을 얼른 그 새임께 넘겨버렸다.

여선생님, 기꺼이 들고 나가며 하는 말...


“류새임.. 생일 축하해요. 글고, (공문을 들어 보이며)이건 내 생일축하 선물이예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김밥을 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러 복도에 나갔더니

오며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축하 세레머니가 속출했다.

새임들도 아이들도...

아이....

마음에 걸리는 애가 하나 있었다.

저 번 주 신학원 시험 기간이었던 화요일 날이었던 거 같다.



운동놀이 시간에 애들 재밌게 해 준다고 한 애의 휠체어를 뱅뱅 돌리다....

슬로우모션... 

휘~~~~~~~~~익!!!

땡그란 눈을 하고서 이삭이가 휠체어째로 체육관 바닥 위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콰당! 소리와 함께 바닥에 누운 이삭이 입에서 흐르는 핏물...

그리고, 아이의 공포스런 눈길..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춥기는 매일반이지만,

‘뼈 속까지 시린 추위’란 표현은 그런 때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추웠다.

체온저하가 일시에 온 듯 춥고 손발이 힘없이 떨리고...

나도 제 정신 아니었기에 애(고등학생 남자애라 덩치가 산만하다..)를 바로 세우는데 시간이 꽤 걸렸고

보건실로 애를 데리고 가는 길이 천리만길 같았다.

보건새임의 이상 없단 진단을 받고서도 왜 그렇게 떨리는지...

이삭이 어머님께 자초지종을 드리고 담임새임께도 말씀드리고....



각종 다양한 사고에 대한 위험을 늘 끼고 사는 특수학교지만,

특수교사 생활 십년 만에 애를 피 흘리게 만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애가 교실에서 사라져서 경찰들 손을 빈 적은 있었어도....

애한테도 어머니한테도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사고는 사고니까...



그 다음날 이삭이가 결석을 했기에 어떤 후유증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된 나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닌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애가 쇼크 먹은 거 같아요. 밤새도록 열도 심하게 오르고...“


마음이 좌불안석이었다.

전화상으로도 그런 내 마음이 전달됐던지 어머니께서 오히려 날 위로하신다.


“선생님, 걱정 마시고 기도해 주세요. 저도 하나님께 기도 안 드린지 오래라

하나님께서 날 부르신 게 아닐까 그런 생각 중이었거든요.

애 휠체어도 갈 때가 다 됐구...

애는 컸는데 휠체어는 예전 거 그대로니 그게 애한테 맞겠어요?

무게 중심이 안 잡히니 그냥 넘어질 수밖에요.“



일주일을 기도한 거 같았다.

한데, 오늘도 이삭이가 안 나온 거 같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식당에 들렀더니...

세상에... 

이삭이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를 빽빽 지르며 한 걸음에 달려갔다.


“이삭아~~~~~~”




점심시간 내도록 이삭이 어머니랑 긴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개신교 신자, 난 천주교 신자..

같은 기독교인이면서 또 너무나 다른 두 사람...

두 사람 다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일은 크게 번졌을 일이다.

그러나, 아무 일 없었던 듯 덮어주시는 어머니가 고마웠고,

아무 탈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로 와준 이삭이가 고마웠고,

무엇보다도 내 생일 날 이삭이를 귀한 선물로 주신 하느님이 감사했다.

댓글 11

  • 2005년 6월 21일 오후 5:54

    다니엘씨.. 생일 축하축하축하!!! 그래 이삭이가 등교 한것이 큰 선물이 되었겠네요..그런데 왜 눈물이 흐를까???

  • 2005년 6월 21일 오후 9:05

    언니! 무지무지 생일축하해요.그런건 미리 이야기하는것데... 그 분 품에 폭??꼭?? 안기는 나날들 되시길...

  • 2005년 6월 21일 오후 9:22

    에끙 짠하여라. 내가 있어음 미역국에 밥차려주었을걸 .

  • 2005년 6월 21일 오후 10:45

    류새임, 그 동안 이삭이가 학교에 안 나왔었나요? 마음 많이 조렸었겠네요. 생일 선물은 이삭이가 했고 생일 파티는 내가 해줄게요. 아녜스도 같이 했으면 좋겠네요.

  • 2005년 6월 21일 오후 10:48

    다니엘라 생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을 느께게 되시어 감사드리고 땅콩친구 ! 항상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통하여 더욱더 하느님을 느끼는 시간이 되시고 2학기에 다시 만나 보더라고 잉

  • 2005년 6월 22일 오전 1:20

    다니엘라씨, 이제 새로운 친구가 45명 생겼쟎아요?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아주실거죠?

  • 2005년 6월 22일 오전 10:09

    울 엄마한테서 아침에 전화가 왔어요. "어떡하냐.. 니 생일인 줄 깜빡했다...미역국은 끓여먹었니?" 깜빡한 게 어디 한 두핸가요... 챙긴 햇수 따지는 게 더 빠르지...ㅋㅋㅋ 어제 '미스터, 미세스...' 영화 봤거든요. 안젤리나 졸리랑 브래드 피트 주연의...^^ 기초윤리신학은 안 배우는 게 좋을 뻔 했어요. 영화 보면서 얼마나 찝찝하던지...주인공들이 총들고 설칠 때마다 '저거, 신법에 다 위배되는 내용인디~~~' 이러고 앉아있잖아요, 제가..^^; 제게 힘 주시는 모든 분~~ ♡ ...ㅠ.ㅠ 사랑받는 절 느껴요.^^ 그리고, 행복합니다~~~~~~~~ㅇ ㅎ~~ ^______________^*

  • 2005년 6월 22일 오후 2:40

    다니엘라 너가 있어 세상이 아름답다, 이웃이 행복하고, 축하 한다, 정다운 삶아, 해피데이 to you.

  • 2005년 6월 22일 오후 4:42

    선장님.. 우리요... 끝까지 사랑하이시더~~~~ 지가요.. 선장님보다 나이도 한창 어린 게 못마땅한 것도 눈에 보일지 몰라요.. 그렇더라도 이뻐해주시구... 사랑해주세요~~~~~~~~ㅇ♡

  • 2005년 6월 22일 오후 7:41

    생일 축하드리고요...학교 같으면 다니엘라씨 좋아하는 멍멍탕이라도 같이들 먹었을 텐데...ㅋㅋㅋ

  • 2005년 6월 22일 오후 10:45

    대표님, 저 좋아하시죠? 다 알아요... 꿈에 절 호의적으로 바라보며 벙긋 웃는 대표님 봤거든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