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각을 간신히 면하고 학교에 와서 김밥으로 아침을 때웠다.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오늘이 내 생일이란다.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내 생일이라니...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 생일에 대한 기분... 착잡하다.
나랑 마음이 잘 통하는 여선생님 한 분이 컴퓨터실로 들어왔다.
“류새임, 교무새임이 넘긴 공문장부... 내가 대신해 줄게요.”
학교감사가 이 번 주 금요일 바로 코앞이라 너도나도 정신없는 판국에
그 여새임도 매일반일 거라 생각했지만,
내 업무에 강제 청탁 들어온 남의 업무로 내 코가 석자였다.
백과사전 두께의 공문서 두 권을 얼른 그 새임께 넘겨버렸다.
여선생님, 기꺼이 들고 나가며 하는 말...
“류새임.. 생일 축하해요. 글고, (공문을 들어 보이며)이건 내 생일축하 선물이예요.”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김밥을 다 먹고 남은 쓰레기를 버리러 복도에 나갔더니
오며가며 만나는 사람들의 축하 세레머니가 속출했다.
새임들도 아이들도...
아이....
마음에 걸리는 애가 하나 있었다.
저 번 주 신학원 시험 기간이었던 화요일 날이었던 거 같다.
운동놀이 시간에 애들 재밌게 해 준다고 한 애의 휠체어를 뱅뱅 돌리다....
슬로우모션...
휘~~~~~~~~~익!!!
땡그란 눈을 하고서 이삭이가 휠체어째로 체육관 바닥 위로 내동댕이쳐진 것이다.
콰당! 소리와 함께 바닥에 누운 이삭이 입에서 흐르는 핏물...
그리고, 아이의 공포스런 눈길..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거 같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춥기는 매일반이지만,
‘뼈 속까지 시린 추위’란 표현은 그런 때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추웠다.
체온저하가 일시에 온 듯 춥고 손발이 힘없이 떨리고...
나도 제 정신 아니었기에 애(고등학생 남자애라 덩치가 산만하다..)를 바로 세우는데 시간이 꽤 걸렸고
보건실로 애를 데리고 가는 길이 천리만길 같았다.
보건새임의 이상 없단 진단을 받고서도 왜 그렇게 떨리는지...
이삭이 어머님께 자초지종을 드리고 담임새임께도 말씀드리고....
각종 다양한 사고에 대한 위험을 늘 끼고 사는 특수학교지만,
특수교사 생활 십년 만에 애를 피 흘리게 만든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애가 교실에서 사라져서 경찰들 손을 빈 적은 있었어도....
애한테도 어머니한테도 손이야 발이야 빌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사고는 사고니까...
그 다음날 이삭이가 결석을 했기에 어떤 후유증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된 나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닌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
“애가 쇼크 먹은 거 같아요. 밤새도록 열도 심하게 오르고...“
마음이 좌불안석이었다.
전화상으로도 그런 내 마음이 전달됐던지 어머니께서 오히려 날 위로하신다.
“선생님, 걱정 마시고 기도해 주세요. 저도 하나님께 기도 안 드린지 오래라
하나님께서 날 부르신 게 아닐까 그런 생각 중이었거든요.
애 휠체어도 갈 때가 다 됐구...
애는 컸는데 휠체어는 예전 거 그대로니 그게 애한테 맞겠어요?
무게 중심이 안 잡히니 그냥 넘어질 수밖에요.“
일주일을 기도한 거 같았다.
한데, 오늘도 이삭이가 안 나온 거 같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식당에 들렀더니...
세상에...
이삭이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아... 하느님 감사합니다~~~’
소리를 빽빽 지르며 한 걸음에 달려갔다.
“이삭아~~~~~~”
점심시간 내도록 이삭이 어머니랑 긴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는 개신교 신자, 난 천주교 신자..
같은 기독교인이면서 또 너무나 다른 두 사람...
두 사람 다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이 일은 크게 번졌을 일이다.
그러나, 아무 일 없었던 듯 덮어주시는 어머니가 고마웠고,
아무 탈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로 와준 이삭이가 고마웠고,
무엇보다도 내 생일 날 이삭이를 귀한 선물로 주신 하느님이 감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