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요비 신부님 사제수품25주년 기념사

2006. 9. 8. 오후 6:29:35

글자

<2006년 3월18일 사제수품 25주년 기념 미사 중, 구요비 신부님 은경축사 강론 원고>

사제 수품 25 주년 기념미사 강론


   저희 다섯 명은 1981년 2월 24일 명동대성당에서  김수환 (스테파노)추기경님으로 부터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은경축 행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무척 부담스러웠고, 생략하거나 어디로 조용히 피하고 싶은 마음 들이었지만, 신학교의 관례도 무시할 수 없어서 이렇게 떠밀려서 엉거주춤 한 채 오늘을 맞이했습니다.

  저희 신학교에서는 언제 부터인지 신부님들의 영명 축일이 저희가 사랑하는 신학생들로부터 축일을 맞이하는 신부님의 평소의 삶과 학생들과의 관계가 평가받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몇 주 전 부터 오늘이 지난 25년간의 사제생활의 대한 중간평가 내지는 청문회를 맞이하는 심정이였습니다.

  얼마 전부터 은경축 행사를 준비하면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이런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현재, 미래 라는 세 가지 시간이 있다고 말함이 옳지 못할 것이요. 이 세 가지가 영혼 안에 있다. 즉. 과거의 현재는 기억이요. 현재의 현재는 목격함이요. 미래의 현재는 기다림입니다.” 과거는 현재의 기억 안에 있다는 의미는, 과거는 단지 흘러 가버린 세월의 허무함이나 무상이 아니라, 아마도 과거의 내 모든 삶이 현재의 나를 형성하고. 현재의 내 존재 안에, 나의 인격 안에 각인 되고 아로 새겨져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과거를 되돌아 봄은  현재의 나를 올바로 보고 서게하며, 현재의 나의 삶은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것이기에 과거를 반성하고 반추하는 것이 참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너무나도 잘 아는 평신도 지도자 형제님이   “신부님. 그래 지난 25년간 도대체 무엇을 하며 살아오셨습니까?” 하고 정색을 하며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이 질문 안에서 “아담아 . 너 어디에 있느냐? ”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창세기 3장 9절)

  아니 “엘리야야. 여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 (1열왕기 19장 13절) 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지난 25년 우리 각자의 사제생활을 되돌아보며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는 질그릇 같은 우리 속에 이 보화를 담아주셨습니다. ”(고린토 2서 4장 7절)라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과 자비에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의 사제서품이 방금 들은 복음의 말씀처럼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요한 15장 16절) 라는 말씀의 성취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 특별히 지난 25년의 사제 생활 중에 우리는 교구장이셨던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의 삶과 모습 속에서 착한 목자이시자 참스승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뵈며 우리가 찾아야할 사제상을 보았음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추기경님께서 부족한 저희들을 늘 자부적인 사랑으로 격려해주시고 돌보아 주시고 이끌어 주셨습니다. 저희가 외국에서 공부할 때 어디를 가나 한국의 김 스테파노 추기경님이 저의 주교님이라고 자랑하며 늘 자부심과 긍지와 사제와 존엄성을 지니고 살았음을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지난 세월동안 마음껏 물불을 가리지 않고 교회의 권익이 되는 일이라면, 사목적으로 좋은일이라면, 여한이 없이 뛰어다니며 일해온 보람찬 나날 이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의 동창신부님의 자랑을 좀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저의 동창들은 유달리 우애가 깊고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유순한 사람들입니다. 저희 반이 T4 졸업 음악회 때 동창 정 인상 신부님, 음악부장이 직접 작사 작곡하여 모두가 함께 부른 노래가 가톨릭 성가 39번 “하나되게 하소서”입니다.

  “성부여. 이 사람들이 아버지의 뜻을 따라 진리 위에 몸바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성부 나를 이 세상에 보내심과 같이 나도 사도들을 세상에 파견하옵니다”

  저의 동창들과 우리 반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시는 분은 정 의철 다마소 학장 신부님 인 것 같습니다.

  마음이 어지시고 인자하신 성품 . 넒은 포용력과 관대함으로 저희 신학교 공동체를 이끌어 주시기에 동창이며 동시에 장상님으로 깊게 존경하며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의 사목 생활은 참으로 보람있고 은혜로운 나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복음에서 “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움은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있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5절 16절) 라는 말씀을 들으며 그 동안의 사목적인 결실과 열매가 무엇인가? 하고 자문하며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가 서품 때 좌우명으로 선택했던 성서 귀절들을 떠올려 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가 1장 38절)

  “나를 따라 오너라.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하겠다.” (마르코1장 17절)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필립비 1장 21절)

  제가 선택한 성귀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 12장 24절) 를 보며 어느 동창 신부님이 “아직도 죽지 않고 있으니 열매는 무슨 열매를 맺겠는가? ” 라고 반문할 때 가슴이 몹시 쓰라렸습니다.

  아직도 이 세상적인 것들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하고 아직도 자기정신에 , 자기 의지에. 자기 명예에. 이 세상에 죽지 못함을 가슴아파 합니다. 그래서 이 신학교에서 봉직하고 사제 양성에 힘쓴다는 것이, 제 자신은 참으로 부당함을 뼈저리게 절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게 금년 사순 시기는  교황 베네딕토 6세의 권고 말씀처럼 자비의 샘이신 주님께 나아가는 내적 순례를 위한 특별한 시간입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음은 어쩌면 하느님께서 교회를 통하여 저희를 이곳에 보내주심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늘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다시 회개하여 신학생 시절의 그 순수한 마음을 간직하라고 안배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니 순수한 사제직의 이상과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신학생들 안에서 꿈틀거리고 살아있는 주심의 현존과 성령의 역사 하심을 발견하고 맛보며 살아가도록 초대하여 주시는 것 같습니다. 신학교에 입학 하던 첫날부터 그리고 신학교 생활 내내 우리가 자주 자주 들어온 표어 “ 사제는 제 2의 그리스도 ”(sacerdos alter christus)가 오늘 은경축을 맞이하여 저희가 다시 확인하고 돌아가야 할 우리인생의 근본목표(최종목표)임을 고백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더라도 오늘날 사제양성의 으뜸 목표는 바로 “사제는 제 2의 그리스도”로서 착한 목자이신 주님을 닮아 가는데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희가 지난 25년간 사제로서 살아가는데 아낌없는 도움을 베풀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리 오며 앞으로도 저희가 그리스도를 더욱 더 닮아 가는 가운데 사제 양성에 봉사할 수 있도록 많은 지도와 편달을 간청합니다.

  무엇보다도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기 까지 제자들에 대한 사랑과 봉사를 아끼지 않은 주님처럼 교회의 미래요 희망인 우리 신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목자이며 양성자 되도록 많은 기도와 지도편달을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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