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2007. 4. 5. 오후 5:47:53

글자
 
향긋한 봄 미나리가 놓인 상큼한 밥상
피를 맑게 하고 몸의 독소를 빼주는 보약음식 '미나리'
   
 
 
▲ 독특한 향과 아삭아삭 씹히는 달착지근한 깊은 맛이 으뜸인 미나리
 
 
 
어릴 때
내가 살던 고향집 곁에는
미나리꽝 두 개가 나란히 나란히
어깨동무를 끼고 있었다

해마다 땡겨울이 다가오면
나와 동무들은 미나리꽝을 학교운동장 삼아
앉은뱅이 스케이트를 타고 팽이를 치며 놀았다
간혹 꽁꽁 언 미나리꽝이 깨져 메거지를 잡는 아이들도 있었다

기다리던 봄이 다가오면
미나리꽝은 거머리와 마을 아낙네들의 차지였다
아버지는 금방 베낸 그 싱싱한 미나리를 안주 삼아
미나리빛 댓병 속에 든 소주를 홀짝홀짝 비워냈다

어머니는 빛깔 좋고 통통한 생미나리는
식초에 잠시 담궜다가 저녁 밥상에 쌈으로 올리고
떨거지 미나리는 살짝 삶아 조물조물 나물로 무쳤다
고향집의 봄은 늘 미나리와 함께 다가왔다

벚꽃이 살짜기 피어나는 오늘은 미나리가 몹시 그립다
향긋한 생미나리를 된장에 콕 찍어 먹으면
겨우 내내 찬바람만 쌩쌩 날리던
그 가시나와의 사랑도 금방 이루어질 것 같다

봄미나리, 너를 쌈으로 싸서 먹으면
나보다 더 힘들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
이리저리 찌그러진 수많은 꿈이
여기저기 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다

- 이소리, '미나리꽝 앞에 서면' 모두

댓글 2

  • 2007년 4월 9일 오전 7:36

    입맛이 돋는다, 미나리를 먹자

  • 2007년 4월 9일 오전 8:27

    상큼한 미나리 무침에 밥 비벼먹고 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