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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이번 월드컵의 대세는 수비 축구와 격렬한 허리싸움으로 정의내릴수 있다. 경기당 평균 2.3골을 기록한 이번 월드컵은 지난 90년 이탈리아 월드컵(2.21골)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한 득점을 기록하며 골가뭄에 시달린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유럽축구의 초강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큰 이변 없이 전통의 강호들이 상위권에 진출했지만, 승리에 부담을 느낀 각 팀들이 대체로 안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운영으로 '지키는 축구'에 치중하며 '빅 매치'다운 화끈한 공격축구나 역전승을 보는 재미는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지난 4년간의 대장정을 마감한 이번 독일월드컵 본선의 명승부를 정리해본다.
조별리그 F조 호주 - 일본 전(호주 3-1승/ 6월 12일, 카이저슬라우테른)
한국팬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2002년의 영웅' 거스 히딩크의 '매직쇼'가 다시 재현된 경기였다. 16강 진출의 승부수였던 F조 조별리그 첫 경기 일본전에서, 히딩크 감독의 호주는 전반 석연찮은 첫 골을 헌납하며 일본에 0-1로 내내 끌려 다녔다.
히딩크 감독은 패색이 짙던 후반 막판 수비수들을 교체하고 공격수 팀 케일과 존 알로이지를 잇달아 투입했고, 이 두 명의 교체선수가 종료 8분을 남겨두고 내리 3골을 몰아넣는 화력쇼에 힘입어 3-1로 짜릿한 역전승을 이뤘다.
경기전 '한국을 위해 일본을 꼭 이기겠다.'고 다짐했던 히딩크의 립 서비스나,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수를 줄줄이 투입하는 과감한 전술운용은, 지난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전의 재현을 연출하며 2002년의 영광을 기억하던 한국 팬들까지 다시 흥분하게 만들었다.'사커루' 호주를 32년 월드컵 첫 본선에 올려놓았던 히딩크의 마법은 다시 본선에서 귀중한 첫 승을 선사하며, 후일 16강 진출을 위한 절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었다.
조별리그 C조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전 (아르헨티나 6-0승 / 6월 16일, 겔젠키르헨)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 되어야했던 아르헨티나, 이번 월드컵에서도 또다시 죽음의 조에 배속되는 불운을 겪었으나, 강해진 아르헨티나는 4년 전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았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한 수위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코트디부아르를 제압했던 아르헨티나는 유럽 지역예선에서 최소실점을 자랑하던 탄탄한 전력의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상대로 조별리그 최다 득점 및 최다 점수차인 6-0으로 대승을 거둬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경기결과보다 충격적인 것은 내용이었다. 불과 4-5차례의 간결한 패스로 페널티 에이리어에서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완벽한 조직력과 개인기 앞에 동유럽의 강호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는 상대가 되지 못했다. 마라도나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성 리오넬 메시는 후반 잠깐 교체출전하고도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중 가장 화끈한 공격축구로 깊은 인상을 남긴 아르헨티나의 선전은, 지루한 수비축구와 유럽의 초강세가 지속되었던 대회에서 가장 창의성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조별리그 E조 : 가나 - 체코 전 (가나 2-0승 / 6월18일, 쾰른)
전통 명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며, 이변 없는 월드컵으로 끝날 뻔 했던 이번 대회에서 축구변방국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킨 것은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였다.
C조와 더불어 죽음의 조로 꼽혔던 E조에서 이탈리아에 0-2로 첫 경기를 내줄 때만 하더라도 가나의 탈락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에시엔-문타리-기엔으로 황금의 미드필드진은 비록 지기는 했지만 이탈리아를 상대로도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돌풍을 예고했다. 가나는 두 번째 경기에서, FIFA 랭킹 2위의 강호 체코에 2-0으로 불의의 일격을 가하며 돌풍의 시작을 알렸다.
탁월한 탄력과 개인기에 유럽식의 조직력까지 겸비한 가나의 창조적인 공격축구는, 파벨 네드베트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유한 체코의 미드필드진을 상대로도 허리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2선에서의 공간침투와 측면 돌파를 겸비한 다양한 공격루트를 겸비하여 가히 아프리카판 '아트 사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나의 돌풍은 이탈리아, 체코, 브라질 같은 강팀들을 줄줄이 상대하면서도 위축되지 않는 모습으로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향한 아프리카 축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4강전 이탈리아-독일(이탈리아 2-0승 / 4강전, 7월 5일 도르트문트)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효율성 높은 축구를 펼쳤다. 카데나치오(빗장수비)로 대표되는 특유의 수비력이 여전한 가운데, 날카로운 역습과 골 결정력으로 중요한 순간 승부를 마무리 짓는 끈끈한 뒷심을 보여줬다.
죽음의 조를 탈출한 이후 토너먼트에서 호주와 우크라이나 등 비교적 만만한 상대를 넘으며 4강에 진출한 이탈리아는 개최국 독일과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치렀다. 전, 후반을 득점 없이 비긴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의 분위기가 짙어지던 연장 후반 14분, 파비오 그루소와 선제골과 16분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의 쐐기골 등 3분 만에 2골을 몰아넣는 '깜짝쇼'로 전차군단을 무너뜨렸다.
이탈리아는 개최국의 이점에 막강 공격진을 등에 업은 독일을 상대로도 공격형 미드필더 프란체스코 토티의 노련한 경기조율과 빠른 역습, 장신을 활용한 수비수들의 세트플레이 상황에서의 공격가담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책골과 페널티킥 하나 씩을 제외하면 이번 대회 내내 단 한 개의 필드골도 허용하지 않은 탄탄한 수비와 골키퍼 부폰의 선방도 아주리 군단의 승리를 수호한 원동력이었다.
8강전 프랑스 - 브라질(프랑스 1-0승 / 7월 2일, 프랑크푸르트)
'중원의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의 부활을 알린 경기.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브라질은 천적 프랑스에 또 한번 덜미를 잡히며 2연속 우승의 꿈이 좌절되었고, '늙은 수탉'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프랑스는, 다시 아트 사커의 위용을 회복했다.
브라질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점은 아쉬웠지만, 오로지 지단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90분이 아깝지 않은 경기였다. 비록 결승전의 어처구니없는 '박치기 한방'으로 우승의 영광에서 밀려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가 지네딘 지단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조별리그까지만 해도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이며 실망을 자아냈던 지단은 16강 스페인 전에 이어 최강 전력의 브라질과 8강전에서 또 한번 완벽한 경기조율과 빼어난 패스워크를 선보이며 호나우지뉴-호나우두-카카 등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이 포진한 브라질을 농락했다. 후반 12분 앙리의 발끝에서 마무리된 감각적인 결승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전성기 시절의 화려한 '마르세유턴'과 전방에 찔러주는 한 두 차례의 결정적인 킬패스는, 왜 지단이 아트 사커의 중심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 최악의 경기는?
이번 월드컵은 이름 있는 강팀들이 대거 상위권에 진출했음에도 '지키는 축구'가 주류를 이뤄 경기내용은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다. 대회가 거듭될수록 격렬해지는 경기내용으로 경고와 레드카드가 속출했고, 여기에 심판의 미숙한 대응과 잦은 오심이 승부의 향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논란으로 얼룩진 대회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오프사이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한국을 좌절시켰던 조별리그 G조 스위스전이나, 종료직전 석연찮은 페널티킥 판정으로 운명이 뒤바뀐 토너먼트 16강 이탈리아 -호주전은 편파 판정 논란이 가장 심했던 경기였다.
그런가하면 4장의 레드카드와 16장의 옐로카드가 속출하며 축구라기보다 이종격투기에 가까운 난타전이 벌어졌던 포르투갈-네덜란드전(16강전), 같은 클럽팀간 동료(호날두-루니)끼리 볼썽사나운 언쟁이 불거지며 뒷말을 남겼던 포르투갈-잉글랜드전 , 경기가 끝난 후 양팀 선수들 간 장외 태그 매치가 벌어졌던 독일-아르헨티나 전(이상 8강전)은 선수들 간 지나친 몸싸움과 폭력적인 경기내용으로 물의를 빚었다.
'친구 만드는 대회'라는 모토가 무색하게 욕설과 감정싸움이 난무했던 월드컵은 결승전까지 지속됐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명예로운 은퇴를 눈앞에 뒀던 지네딘 지단도 퇴장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지단은 이탈리아 수비수 마테라치와 말싸움을 벌이다가 상대를 머리로 들이받는 감정적인 행동으로 퇴장을 자초해 생애 마지막 월드컵과 은퇴 무대를 초라하게 끝냈다. (펌글)
축구는 과학이고,경기장은 실험실이라고 그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팀 운영자들과 팬들은 그들에게 아인쉬타인의 천재성과프로이드의
섬세함뿐 아니라,성녀 루르데스의 기적의 능력과간디의 인내심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축구,그빛과그림자에서 10번째이야기'감독'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