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2006. 11. 26. 오전 1:10:10

글자

겨울에서 다시 가을을 경험합니다. 버클리는 늦가을의 서늘한 정취가 남아있더군요. 공항에 도착하자 마자 김수사님의 얼굴을 뵙니다. 얼굴은 그대로인데, 머리가 많이 하얗게 변했더군요. 첫학기는 누구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지요. 공부 열심히 하고 계시구나...감사했습니다. 열심히 살아주셔서.

 

버클리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꿈결 같았습니다. 다시 자기자리로 돌아와 보니 구운몽을 꾼 듯 했습니다.

 

류부제님의 강론이 떠오르는군요. 평신도주일을 맞아 한국에서 카톨릭이 어떻게 퍼져나갔는지에 대해서, 평신도의 열정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제게 인상적이었던 건 류부제님의 태도였습니다. 영성체를 모시러 가면서 전 부제님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었지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머리 숙여 정성껏 성체를 건네시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신부님, 이 수사님, 황신부님...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건 나름대로 어려움을 느끼면서겠지요. 그 분들은 형제처럼 제게 보였습니다. 서로의 어려움을 어루만져 주고 유학생활의 어려움을 나누면서 극복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사실 전 바다가 무지 보고 싶었습니다. 태평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 멀리 어머니께서 사시는 한국이 나오리라는 상상은 예전부터 제게 어떤 의식처럼 생겨났습니다. 세 번 째 버클리행에서 역시 바다는 모든 걸 품어주는 듯 했습니다. 제게 여행은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하는 몸부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버클리에서 너무 맛난 걸 많이 먹어서 배가 나왔습니다. 자기를 회복하고 싶다면 버클리에 가보세요. 기말기간을 피해서 말이지요. 하하하! 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지요.

 

예수회는 친절이라는 이름의 공동체입니다.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내려놓아야하지요. 그 성숙의 과정에서 누구나 자신이 깨어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는 게 아픔이었던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를 정화하고 당신께 나아가는 건 분명 아름다운 일입니다.

 

숭산스님은 감자까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하셨지요. 하나하나 까는 건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함께 서로를 부딪혀 껍질을 벗겨내는 건 쉽다. 공동체의 생활이 그런 생활이겠지요. 이상적으로만 공동체를 바라보는 건 어딘지 어린 듯 느껴집니다. 수련과정을 통해 자기를 비운 자의 아름다움을 체험한 이들이 모여사는 곳.

 

아침에 니꼬수사님께서 보내주신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기도하셨지요. "하느님께서 우리들의 웃음보다, 눈물겨운 분투를 기억해주시길..." 가슴이, 머리가 충격에 휩싸여버렸습니다. 그 충격이 이렇게 글을 남기게 합니다.

댓글 1

  • 2006년 11월 29일 오후 4:52

    버클리 여행이 율리아노씨에게 아주 상쾌했던 것 같네요. 저도 기분이 좋군요. 사랑을 배워 간다는 뜻에서, 매디슨과 버클리 사이, 그리 멀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