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는 사랑과 기쁨(0510 부활 제6주일-나해)

2015. 5. 10. 오전 9:5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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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15. 05. 10 부활 제6주일


요한 15,9-17 (나는 참포도나무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내가 내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들은 것을 너희에게 모두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함께 하는 사랑과 기쁨>


사는 게 기쁘세요?” 누군가 물어봅니다. “그럼요, 얼마나 기쁜데요.” 저는 자신 있게 대답을 합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무엇이 그렇게 기쁠까 하고 조금은 의아한 듯이 조금은 부러운 듯이 바라봅니다.


흔히 기쁨을 고통이 없는 상태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견디기 힘든 고통 속에서 오히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당장에는 고통에 짓눌려 내면에서 용솟음치는 기쁨을 미쳐 느낄 겨를이 없다가도, 시간이 흘러 그 순간을 회상하면서 뒤늦게나마 기쁨을 붙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게 기쁨을 주었던 시간들을 돌아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길 위의 미사를 봉헌하던 시간들, 아픈 동창에게 간을 이식해주고 나서 병원에서 보내던 시간들, 떨리는 목소리로 성체와 성혈을 축성하던 시간들, 고해소에서 서너 시간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신앙의 벗들과 함께 하던 시간들, 삶에 지친 벗들의 한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시간들, 어려운 신학 서적을 머리 싸매고 읽고 묵상하던 시간들, 자유와 정의를 위해 목이 터지라 외치던 순간들, 벗들과 어울려 땀 흘리고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치열한 논쟁을 벌이던 순간들, 한잔 술로 서로의 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던 순간들, 올바른 삶을 고민하며 밤잠 못자고 갈등하던 순간들.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시간들을 기쁘게 맞이했습니다. 어쩌면 삶 자체가 기쁨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왜 삶이 기쁨이었을까요? 왜 그 순간순간이 기쁨이었을까요? 누군가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과 진실하게 마주했을 때, 벗들과 함께 했을 때, 나를 이끌어주시고 나와 벗들을 하나로 묶어주시고 또한 끊임없이 당신의 품으로 부르시는 주님과 하나 되었을 때, 바로 기쁨이 저를 감싸 안았습니다.


함께 하는 것이 기쁨이고 이것이 곧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그저 함께 하자고만 말씀하십니다. 제게 다른 거창한 무엇이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있기만을 바라십니다. 함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 사랑이 곧 기쁨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는 기쁨을 주시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따스한 마음에 눈이 시려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이 사랑하며 기쁘게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그리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는데, 이런 제게 무엇이 부족한지 예수님께서는 제 마음을 계속해서 두드리십니다. 제가 기쁘게 살지 못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제 기쁨의 뿌리를 알려주시려는 것입니다. 세상 그 무엇도 빼앗아가지 못할 참되고 영원한 기쁨에 대해 깨닫게 해주시려는 것입니다.


주님 안에, 벗들 안에, 그리고 제 안에 머물러 맘껏 사랑하고 맘껏 기뻐하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수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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