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계집애가 그리 고우냐
어린 것이 봄밤의 향기를 혼자 머금었는지
머리채에 밤새 이슬이나 내리게 할 것을
넌 어른이 되지 마라
아니, 어서 여자가 되어라
아니, 아니 파랑새가 되거나
물에 뛰어드는 푸른 별이 되거나
그냥 달빛 같은 작은 딸이 되어도 좋다
어쩌면 계집애 그리도 고우냐
세상 아지랑이가 모조리 실눈을 뜨고
효리, 효리, 효리하면서 아른거리고 있다
봄을 타는지 하마터면
내가 마음 위에 떨어진
벚꽃 이파리들을 밟을 뻔 했구나
오늘 하루
나는 홀로 뜰을 거닐며 지내는게 어떻겠느냐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신라 진평왕
달 그늘에 숨어 밤마다 궐 밖으로 나가던 셋째 딸
그 눈시울
웃는 사진을 오려놓고 깊어 가는 가을을 보낸다
노을처럼 아름답게 조금 더 죄 짓는 계절
그래야 할까 보다
서늘한 물 한 그릇
깡베 : 위 시들을 쓴 김윤식 시인은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는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였다.
난 시인의 얼굴을 보고
위 시들의 제목을 보고 순간 파안대소를 했다.
"노인네가 주책이야!"와 비슷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러나 시의 내응을 보고, 시인의 입장이 되어 생각을 해보니
"역시 시인은 다르구나!"라는 감탄이 나왔다.
예쁜 것(사람)을 보고 "예쁘다" 하는데,
아름다움을 보고 "아름답다!" 하는데 나이가 몇인들
무슨 아랑곳이겠으며
나라는 인간은 이효리를 보고, 송혜교를 보고
그저 "예쁘다." 또는 "색시하다." 이정도로 밖에는
표현할 줄 모르는데 시인은 역시 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