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요한 21,1~14
제자들 다섯 분이 함께 모여 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두 번이나 뵌 제자들, 뵌 순간 어찌할 줄 몰라 했던 제자들이
고 들뜬 마음으로 부활하신 주님께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지낸
그들일 것입니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주님을 잊지는 않았겠지만 부활하신 주님이 그들의
구체적인 일상생활에 개입되거나 이렇다 할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부름을 받기 이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제자들인 것 같습
니다. 그런 마음에서 시몬 베드로는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하고 말한 것은
이닌가 하고 묵상합니다.
여하튼 나머지 제자들이 따라나섭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잡지 못합니다. 이렇게
밤새도록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의 귀에 음성이 들려옵니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시는 다정다감한 목소리입니다. 그리고 또 어떤 능력
이 담겨 있는 음성이 들려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즉시 사도 요한이 이 음성을 알아듣습니다. 그분이 주님이심을 말입니다.
사도 요한은 직감이 강한 분입니다. 그러나 행동에서는 베드로 사도를 쫓아가지
못합니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시몬 베드로는 몸에 겉옷을
두르고 그냥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다른 제자들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걸려든 고기를 끌어올립니다. 육지에 올라
와 보니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그리고 빵도 있습니다. 그분
이 "와서 아침을 먹어라" 하는 잔잔하고도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제자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아주 가까이 오셔서, 빵을 집어 주시고 고기도 집어 주십니다.
성경은 일러 줍니다.
주님이시라는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감히 "누구십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없었
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복음 전체 분위기에서 무척이나 다정하게 다가오시는 주님을 뵙게 됩니
다.
밤새 허기진 제자들에게 가까이 오셔서 미리 준비가 된 숯불 위에 놓인 고기를
집어 주시고 또 빵을 주시고,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 사랑이 가득 차 있습니다.
마치 아버지가 사랑스런 자녀에게 하듯이 말입니다.
주님은 오늘도 "나"에게 다가오십니다.
아주 가까이 그리고 다정한 음성으로 나를 부르시며 나의 손을 살며시 잡으십니
다.
성체 앞에 머물 때 또 기도할 때 우리는 느낍니다.
주님께서 얼마나 편안하고 포근하신 분인지를 말입니다.
이내 나의 마음이 설렙니다.
당신이 누구냐고 묻기에는 너무나도 확실한 주님의 현존이 나를 감쌉니다. 바로
이 느낌이 오늘 주님을 향한 제자들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묵상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님께서는 나에게 살포시 다가옵니다.
그러고는 빵과 포도주를 통해 영·육으로 허기진 내게 당신 전체를 내어 주십니
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화답송의 한 부분입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홍 미카엘 신부 복음 묵상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