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 11주일> “용서와 사랑 " - 이기양 신부님

2007. 6. 16. 오전 7:25:35

글자

오늘 복음은 신약성경 중 가장 스캔들이 될 만한 한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점잖은 식사 자리에 갑자기 죄 많은 여인이 나타나 흐느껴 울며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더니 머리카락으로 발을 닦고, 그 발에 입을 맞추며 향유까지 발라 드립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사람들이 당황한 것은 물론 집주인 시몬은 왜 예수님께서 더러운 여인을 가까이 하시는지, 더구나 그녀를 용서하고 따뜻한 사랑의 말까지 건네시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시몬의 속내를 알고 계신 예수님께서는 빚진 두 사람의 예를 들어 그녀의 마음을 전하며 시몬에게도 더 큰 사랑의 삶을 제안하십니다.
 

  그러나 자기는 의롭고 깨끗하다고 생각한 바리사이 시몬은 부정한 여인을 받아들이신 예수님의 큰 사랑을 이해 못할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처사를 못마땅해 하며 자기중심적인 세계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속 좁은 사내 시몬은 식사에 초대하고도 참 주님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신뢰와 용기를 드러낸 죄 많은 여인은 과거를 깨끗이 씻고 새로운 인생을 출발합니다.


 도대체 이렇게 용감한 행동을 서슴없이 행한 이 여인은 누구일까요? 루카복음 저자는 이어서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 줄곧 따라다녔던 여인들을 소개하는데 그들 중에는 막달레나가 있습니다. 이 여인은 간음하다가 들켜서 돌에 맞아 죽을 뻔 했을 때 예수님의 개입으로 극적으로 살아난 여인으로 알려져 있고, 성모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의 십자가 밑에 있었으며, 예수님의 부활을 제일 먼저 목격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늘 복음의 죄인이 동일 인물인지는 학자들 간의 토론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큰 사랑을 입고 죄의 구렁텅이를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여인이었음은 사실입니다. 역시 사람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는 용서와 사랑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이렇게 큰 사랑은 예수님만이 행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가능하며 바로 그곳에서 기적이 일어날 것입니다.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청년은 교통사고를 당해 두 눈을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청년은 깊은 절망에 빠져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누구와도 만나지 않은 채 마음의 문까지 닫고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들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그의 어머니는 말 못할 큰 슬픔에 빠져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청년에게 아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누군가가 청년에게 한쪽 눈을 기증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청년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꺼려하였습니다. 한쪽 눈만으로 살아가는 것조차 싫었던 것입니다. 어머니는 아들을 붙들고 간곡히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애원을 하고 간청하며 매달렸지요. 마침내 마지못해 수술을 하게 된 아들은 병원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때가 되어 눈에 감긴 붕대를 풀고 앞을 보게 되었습니다. 붕대를 푼 순간 아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바로 눈앞에 한 쪽 눈이 없는 어머니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어머니는 아들을 품에 안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내 두 눈을 다 주고 싶었지만 장님이 된 내가 네게 짐이 될 것 같아 한쪽 눈만 줄 수밖에 없었단다."

 우리가 살아야 할 길이 보입니다. 역시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랑과 용서입니다. 바오로 사도 말씀처럼 그리스도 신자 생활에서 제한이 없는 유일한 임무는 사랑입니다.


 "아무에게도 빚을 지지 마십시오. 그러나 서로 사랑하는 것은 예외입니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율법을 완성한 것입니다"(로마 13,8).


 오늘 예수님께서는 죄로 죽어가던 여인을 살려 주시고 용서로써 새로운 생명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큰 은총을 입은 여인들은 완전히 새로 태어났으며 예수님의 적극적인 추종자로 변화됐습니다.


 사람에게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은 처벌이 아니라 용서이며, 회개의 길로 돌아서는 순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사랑을 체험했을 때입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 같이 자기는 깨끗하니 부정한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고 죄가 많은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예수님의 제자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있는 사람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람을 살리는 자여야 함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우리는 바리사이들처럼 자신의 잣대에 맞춰 이웃을 판단하고 처벌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법을 넘어서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6월 17일 일요일 ... 말씀지기 묵상07.06.18조회 342007년 6월 17일 연중 제11주일 -- 매일 복음 묵상07.06.16조회 36<연중 제 11주일> “용서와 사랑 " - 이기양 신부님07.06.16조회 36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 최견우 신부님07.06.16조회 36예수성심대축일 - 민병섭 신부님07.06.16조회 356월 15일 금요일 ... 말씀지기 묵상07.06.16조회 35짝퉁 미인들 틈의 오리지널 미인 - 이기정 신부님07.06.16조회 352007년 6월 16일 토요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 매일 복음 묵상07.06.16조회 36[강론] 성령의 단비[이수철신부님] 2007.06.1507.06.15조회 35[묵상] 성체조배의 방법[김기화신부님] 2007.06.1507.06.15조회 34[강론] 미사의 값 [ 이병헌 신부님 ] 2007.06.1507.06.15조회 35[강론] 2007. 06. 14 연중 제10주간 목요일[문호영신부님]07.06.15조회 38[강론] 6월 15일 금요일 예수성심대축일(사제성화의 날)<친애하는 신부님들께>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07.06.15조회 342007년 6월 15일 금요일 예수 성심 대축일 매일 복음 묵상07.06.15조회 362007년 6월 15일 금요일[스크랩] [묵상]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신비...김홍언신부님07.06.15조회 35이웃을 크게 보라 하시는 주님 - 이기정 신부님 2007.06.1407.06.15조회 356월 14일 목요일 ... 살인해서는 안된다 살인한 자는 재판에 넘겨진다 - 최견우 신부님07.06.15조회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