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성사의 인호(印號) - 하성호 신부님

2007. 6. 14. 오전 8:01:16

글자
연중 제10주간 화요일2007. 6. 12(2코린 1,18-22/ 마태 5,13-16)

천주교에 다니다가 불교로 개종하여 수십 년을 절에 다닌 사람이 다시 성당에 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세례성사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아무리 타종교를 신봉하더라도 그가 그리스도인인 것을 자기 몸에서 파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례성사를 받을 때 이미 세례성사의 인호(印號)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인호라는 말은 원래 목자가 자기 가축의 뿔에다 불로 표시를 하여 자기 소유임을 표시하던 데서 유래한 말입니다. 그렇게 표식이 된 가축은 아무리 가축우리를 벗어나 도망을 쳐도 그 주인의 소유인 것입니다. 또 로마 제국 시절엔 군인들에게 황제의 영예스런 군인임을 문신을 새겨 표시하였습니다. 그 문신을 받은 사람은 황제의 영예스런 군인이며 동시에 황제에게 소속된 사람입니다. 그가 탈영을 해도 그는 군인이며, 부대에 복귀하면 새롭게 문신을 받는 것이 아니라 군법으로 다스려지고 벌을 받게 됩니다. 그가 벌을 받고나면 새로이 문신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 소속 부대에 바로 복귀하게 됩니다. 그가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례성사로 인호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세례의 영광스런 인호를 받은 사람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하느님께 소속된 사람입니다. 신분이 변화되었고 소속도 바뀌었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표지를 우린 받은 것입니다. 이 영예스러운 신분에 올림을 받은 사람은 그에 맞게 생활해야 합니다. 오늘 독서의 말씀을 다시 한 번 읽어 보십시오. “우리를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굳세게 하시고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 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또한 우리에게 인장을 찍으시고 우리 마음 안에 성령을 보증으로 주셨습니다.”

빨간 명찰하면 해병대를 생각합니다. 해병대 병사들은 많은 고된 훈련을 마치면 마지막에 천자봉까지 고난의 행군을 합니다. 그 모든 과정을 무사히 마친 군인들은 천자봉에서 비로소 빨간 명찰을 받습니다. 해병대 병사들이 얼마나 그 빨간 명찰을 영예스럽게 생각합니까! 해병대 전우회는 이 세상 종말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유머어가 생겨나기까지 했습니다.

성령의 인장을 받은 우리들은 우리 신분에 합당하게 생활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다운 생활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세례성사의 인호를 영예롭게 간직해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2코린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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