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미리내 성당의 비화 [오기선 신부님] 2007.05.31

2007. 5. 31. 오전 10:41:29

글자

미리내 성당 (굿 뉴스에서 빌려옴)

 

 

미리내,

옛부터 박해 속에서 이 고장을 삶의 터전으로,

아니 한국의 까타꼼바로 여기고 전국 팔도강산에서

우리의 신앙선조들이 모여 들어

숨도 크게 못 쉬고 숨어 살던 이 거룩한 땅.

 

골짜기마다 밭을 일구던 화전민들이 괭이 끝에

묵주, , 십자가, 제의 등, 수 없이 나왔던 순교의 산실 미리내.

 

성인 오 신부님(베드로 오매트르, 1866 330일 순교)

제천군 배론 신학교 교수 박 니콜라오 신부님((1866 311일 순교)

모진 박해 속에서 엉겅퀴와 가시밭길 십 리 산골짜기를

방갓 차림으로 찾아오시던 미리내에 성당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07년의 일이다.

 

1896 426일 민 아우구스티노 주교님의 집전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사제서품을 받은 세 분 가운데,

강도영(마르꼬)신부님이 미리내 본당 신부로 임명을 받았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는 1906년 강 신부님은

심산궁곡인 미리내에 성당을 짓기 위해

- 두메산골에 붉은 벽돌 성전은 안된다는 민 주교님의 거부에도 -

계속 성전 건립 허락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어

마침내 벽돌 대신 돌을 주워 성전을 지으라는 하명을 받았다.

 

그날부터 강 신부님은 매일 미사 강론에

미사참례를 하러 올 때는 돌, , 성전을 지을 돌을 가져오라는

'' 강론을 외쳤다.

그때부터 미사때 마다 여기저기 돌이 산을 이루었다.

 

공사를 시작한지 일 년만인 1907

돌로 지은 아름다운 성전이 신자들의 환호성 속에 완성되었다.

시멘트도 없이 조선 백회로,

철근도 없이 대들보를 걸치고 육중한 기와로 지붕을 덮었다.

 

그러나...

중국인 기공들의 어설픈 공사로

이 성당은 지은지 3년째 되는 1911년부터 날이면 날마다

돌벽과 담이 쩍쩍 갈라져 갔다.

 

서울의 민 주교님께 협조를 구하니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신이 수습하라는 냉정한 태도요,

성당은 이태리 '피사의 사탑'과 같이 비스듬이 넘어가는데

 

나날이 더 심해지면서

밤이면 천정이나 벽에서 돌이 떨어지는

쿵.쿵. 소리에

강 신부님의 넋도 함께 쿵.쿵. 떨어져 갔다.

 

부실공사로 기울어져가는 성당을 보다가

강 신부님은 어느날 밤

감실 앞에 수단을 벗어 놓고 꿇어앉아...

 

"주님!

 갓 신부가 된 제가 처음으로 성전을 하나 지었다는 것이

 저렇게 밤낮으로 쿵쿵거립니다.

 교구청을 바라봐야 찬물만 끼얹고

 교우들은 마음은 있으나 능력이 없고

 저는 제 양들에게 신용이 떨어졌으니......,

 

 주님!

 장차 이 어리석은 목자 마르꼬는 어디로 가리이까?"

 

 

 "주님, 이제 제가 갈 길은...

 다시 저 험악한 세속으로 돌아가는 길 밖에 없습니다."

 

하며 통곡하였다.

감실 앞에 수단을 갖다 놓고 실컷 울고 돌아선 청년 강 신부님은

마지막으로 민 주교님께 피눈물로 작별의 편지를

파발군 편에 써 부치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저는 이렇게 수단을 개어 감실 앞에 고이고이 바치고         

   세속으로 떠나갑니다.                                                 

   부디 주교님, 안녕하시옵기를 세속에 나가서도 빌겠습니다.

 

                                    불초 마르꼬 강 도영 돈수재배!   

 

 

강 신부님의 이 편지를 받은 주교님은 갑자기 소연해졌다.

 

"국내에서 서품을 받은 첫 사제가 돌 성당 때문에 세속으로

 돌아간다니......,"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린 민 주교님은

 

"내 불찰이지,

 내가 아버지 노릇을 걱정, 책망, 위협, 공갈로 다 하는 것인 줄로

 알았으니......,"

 

하면서 교구청 재무부장 우일모(바오로) 신부님을

미리내에 파견키로 결정하고

강 신부님께 미리내를 떠나지 말도록 급히 사람을 보냈다.

 

민 주교님은 교구 예산으로 미리내 성당을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해 주셨다.

 

강도영(마르꼬)신부님은

1920 312일에 66세를 일기로 성직자로의 생을 마치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무덤 좌편에 길이 잠들고 계신다.

 

이 비화는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내가 신품을 받게 될 무렵,

어느 피정 때인가?

우리 본당 신부님이셨던 강 신부님이

눈물로 그 당시를 회상하시며

 

이 영원한 비밀을 나에게 들려 주셨다.

 

 

                                   

 

                            - [다시 태어나도 사제의 길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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