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잃어버린 가난 [김승오 신부님]

2007. 4. 12. 오후 12:19:24

글자

 

 

 

12년 전 포니2 자가용을 갖게 되었을 때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운전을 했습니다.
어쩌다가 교우를 만나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요.
마치 무엇을 훔치다가 들킨 것처럼...

그때는 함백성당 탄광촌에서
정구라켓을 들기가 부끄러워서 감추어 두고
막장에서 살아나오는 시커먼 광부들을 생각하며...
몸을 움츠리고

목소리를 낮추며 살았습니다.

좋은 신사 양복을 교우들이 맞추어 주었을 때
입어도 되나...  하고 망설이다가

옷걸이에 걸어두고
입을 적마다 두근두근 거리는 심장을 억누르며
다시 벗어 걸어놓고

구겨진 옷을 걸쳐 입고 나갔습니다.

그러더니... 차츰
고개를 번쩍(?) 들고 여유있게 웃으며 운전을 하게 되었고
좋은 옷 사양하지 않더니...


지금 이상해 졌습니다.



부끄러움도 없어지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유행따라 옷을 입고 다니며
아주 자신 만만하게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삼척에서 15년 전

맹방공소 미사를 마치고
꼬마들과 눈싸움을 하고 기타를 맨 채
2시간을 버스를 기다리며 즐거워했었는데...


이젠 새마을기차, 우등고속을 즐겨 찾으며
어린마음은 찾아 볼 수 없고
곧잘 짜증을 내며
가난했던 마음을 잃어버렸습니다.

가난을 잃어버린 마음
언제 다시 찾을 수 있을지...?


마음만 그리워할 뿐
몸도...

마음도...

늙어가고 있습니다.

 

 

- [하나되어] 중에서 -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강론] 말씀으로 사는 삶[강영구신부님]07.04.12조회 33[강론] 위리 기쁨의 원천 부활[양승국신부님]07.04.12조회 32[강론] 잃어버린 가난 [김승오 신부님]07.04.12조회 33[강론] [New] 4월 12일 부활 팔일 축제 내 목요일<우리 기쁨의 원천, 부활>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07.04.12조회 31물과 수증기 - 이석재 신부님 2007.04.1107.04.12조회 31[강론] Lectio Divina와 성체성사[이수철신부님]07.04.12조회 314월 11일 부활 팔일 축제 내 수요일-루카 24장 13-35절 [강론] [New] 세상이 꼭 바람 같습니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07.04.12조회 312007.04.11/[강론] 사랑의 힘[류해욱신부님]07.04.12조회 33[강론] 대사제 그리스도의 첫미사[박상대신부님] 2007.04.1107.04.12조회 332007년 4월 11일 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묵상] 엠마오의 나그네[헨리나엔]07.04.12조회 31[동영상] TV 매일미사 2007년 4월 11일 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07.04.12조회 33[강론] 길동무 예수[강영구신부님] 2007.04.1107.04.12조회 322007.04.11 /그리스도를 만난 제자들 - 김웅태 신부님07.04.12조회 32[묵상] ◆ 한 사제가 감사드리기까지 . . . . [최시영 신부님] 2007.04.1107.04.12조회 332007.4.11.수/엠마오 - 김유철 신부님07.04.12조회 32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 /2007년 4월 11일 / 함께 걸으셨다 - 한희철 목사님07.04.12조회 32부활 팔일축제 내 수요일 /사람 일은 순간을 모른다 - 서정홍 신부님07.04.12조회 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