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리 나엔, [새벽으로 가는 길] 중에서 -
렘브란트 그림 [엠마오의 나그네들]에 대한 단상
예수의 머리는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후광에 감싸여 있었고, 거기에서 발산되는 빛으로 그분의 얼굴이 환히 빛나고 있었다. 예수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위로 들어올린 시선은 아버지와의 내밀한 친교상태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예수는 기도에 몰두하시면서도 여전히 현존하고 계셨다. 우리 가운데 계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께 이르는 길을 보여주시는 온유한 종의 모습을 유지하고 계신 것이다. 우리는 그림을 오래 들여다보면 볼수록 거기에 묘사된 신비 속으로 더욱더 깊숙이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보니 식탁에서 예수 맞은편의 비어있는 자리가 관람자의 자리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브래드가 말했다.
<이제 알겠어. 렘브란트는 성찬식을, 그러니까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 우리가 초대받고 있는 하나의 성사적 사건을 그렸던 거야.>
그의 말을 들은 나는 이 그림에서 하얀 식탁이 실질적인 구심점임을 깨달았다. 관람자는 성체성사 신비의 실질적인 부분을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그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노라니, 놀랍게도 두 사람 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것을 성체성사 안에서 그리스도를 흠숭하라는 부르심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었다. 하얀 제대 위에 빵을 받쳐들고 있는 예수의 두 손은 비단 광선의 구심점일 뿐 아니라 성사적 행위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리고 설령 예수게서 제대에서 떠나신다고 하더라도 빵은 여전히 거기에 있을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그분과 함께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한순간 박물관은 성당으로, 그림은 지성소로, 렘브란트는 사제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내게 세상 안에 몸을 숨기고 계시는 하느님의 은밀한 현존을 이야기해주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