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10일 부활 팔일축제 내 화요일/어느 장님의 등불 - 이석재 신부님

2007. 4. 12. 오전 10:27:31

글자
어느 나그네가 캄캄한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낯선 길인데다 험하기 조차하여 걸어가기가 매우 힘이 들었습니다. 나그네가 겁을 먹은 채 더듬거리고 있는데, 뜻밖에 앞쪽에서 등불이 반짝이는 게 보였습니다. 등불에 가까이 다가간 나그네는 깜짝 놀랐습니다. 등불을 든 사람이 장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분이 왜 등불을 들고 나오셨습니까?” “나는 등불이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기에 들고 나왔지요.” 장님은 이렇게 말하면서 나그네에게 갈 길을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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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이라면 손가락 하나 움직이려 들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눈이 안 보이는 자기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등불’을 들고 있느라 오랜 시간 힘들게 서있는 장님의 행동은 어리석고 미련하게 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자신에게는 직접적인 이익을 돌아오지 않지만 캄캄한 밤길을 헤매다 다치거나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생하며 ‘등불’을 들고 있는 장님을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칭찬하실 것입니다. 우리 모든 신앙인들 각자가 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등불’을 든 장님의 따뜻한 마음을 본받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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