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07.4.1.우리가 원하는 메시아 - 김유철 신부님

2007. 4. 1. 오전 8:36:09

글자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07.4.1.

 

루카 복음 22장 14절-23장 56절
 

그리하여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님을 빌라도 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예수님을 고소하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원하는 메시아      김유철 신부
 
온 무리가 일어나 예수님을 빌라도에게 고발합니다. 내용은 세금을 내지 못하게
막고 스스로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하면서 온 민족을 선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당시 사람들은 전능한 힘을 가지고 유다 민족을 로마로부터 해방시키실 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일을 행하는 분이 바로 ‘메시아’, 즉 ‘그리스도’라는
것이지요. 더 나아가 로마를 무찌르고 전세계를 열두 등분으로 나눠 각각의
지파가 왕으로 다스리는 이른바 선민사상을 꽃피우고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로 믿고 맞이했던 분은 이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이해하고, 용서해야하며,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넘는 이들을 배불릴 수 있는 능력과 아픈 자를 낫게 하고,
죽은 자까지 살리는 영험함, 그리고 뛰어난 가르침으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말씀들…. 모든 것이 완벽한 그리스도의 모습이지만
혼내주고 싶은 세리들, 로마를 포함한 주위의 원수들을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는 주장은 걸림돌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을
중심으로 많은 무리들은 결심을 하게 됩니다. 우리 입맛에 맞는 메시아가
올 수 있도록 지금의 메시아를 치워버리자고.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메시아의 어떠한 모습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지는 법
 
지는 것을 배우는 과정은 영혼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으면 강요당한 자기상실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 부정만이 자기 긍정의 유일한 길인 셈이다. 그 길이 어둡고
외롭다고 회피할 때 남은 선택은 비굴한 변절 아니면 죽음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자살이나 한때 정의를 외쳤던 사람들의 변절은
어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는 것을 배우지 못해서다.
모든 비극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 받은 상처조차도 함께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에서 비롯된다. 기억과 연상을 통해 머리나 심장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몸으로 해야 하는 체험은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과 한몸이 될 수 없는 한, 상처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다.
더구나 진정한 상처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오직 상흔을 껴안고
자기 부정을 감행한 사람만이 타인과 몸으로 만날 수 있다.
모든 상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긴다. 관계가 깊어지면 상처도 깊어진다.
그래서인가 나이가 많을수록 엷은 형식적 관계에 만족하는 것을
삶의 지혜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몸으로 함께하는 만남과 소통을
처음부터 포기한 이들에게 사랑이 찾아올 수 없으며 그 덕에 상처도 없을 것이다. 남은 것은 꽉 짜인 기능적 연관관계뿐이다. 부모와 자식, 선생과 학생,
남편과 아내,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 자본가와 노동자만 있고 사람은 없다.
각자의 역할과 기능만 있을 뿐 삶의 의미와 자유는 없다.
상처받지 않으려 한쪽은 권위를 앞세우고, 다른 쪽은 생각을 멈춘다.
지는 것을 모르는 사회에서 진정한 사랑이 불가능한 이유다.
박용구 | <한겨레신문> 2007년 2월 20일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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