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신부-
그 해의 대사제인 가야파가 그 자리에 와 있다가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그렇게도 아둔합니까?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더 낫다는 것도 모릅니까?” 이 말은 가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 해의 대사제로서 예언을 한 셈이다. 그 예언은 예수께서 유다 민족을 대신해서 죽게 되리라는 것과 자기 민족뿐만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한데 모으기 위해서 죽는 다는 뜻이었다.(요한11,49-52)
예수님, 세상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은 죽음으로 그 삶을 마감합니다. 죽음은 생명 현상이 끝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죽음은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의 시작이 됩니다. 어떤 죽음은 수많은 생명을 살려내는 바탕이 됩니다. 그러나 어떤 죽음은 그야말로 허망한 죽음으로 끝나버리고 맙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를 탈출하기 전날 밤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 상인방과 문설주에 발랐습니다. 그날 밤 하늘이 내리는 재앙이 온 이집트를 덮쳤습니다. 집집마다 맏아들이 죽고 짐승의 첫배에서 난 새끼들이 몰살당했습니다. 그러나 어린양의 피를 바른 이스라엘 집들은 하늘이 내리는 재앙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출애12,1-14). 재앙이 건너간 것입니다. 그 건너감을 파스카(Pascha, 過越)라고 합니다.
어린양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이스라엘을 재앙과 죽음에서 건져내어 생명으로 건너가게 한 죽음입니다. 어린양의 죽음과 피는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켰습니다.
대사제 가야파는 온 민족이 멸망하기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대신해서 죽는 편이 낫다고 말합니다. 당신의 죽음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온 백성을 살리는 죽음이자 대속代贖의 죽음이라는 예언입니다.
예수님, 당신은 파스카(Pascha, 過越) 어린양입니다. 당신의 십자가 죽음과 피 흘림으로 저희들은 죄와 죽음의 세계에서 하느님의 생명으로 건너가 되었습니다(過越). 당신의 죽음은 온 인류를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게 한 파스카(Pascha, 過越)죽음입니다. 당신의 죽음은 이미 죽음이 아니라 생명이며 부활입니다. 과연 당신은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 삶과 죽음은 하나입니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죽음 속에 삶이 있습니다. 저희도 당신처럼 살고 죽어서 영원히 살게 하소서.(一明)2004-04-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