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07년 4월 1일 /[강론] 주님 수난 성지 주일ㅣ서 공석 신부님

2007. 4. 1. 오전 8:23:21

글자

주님 수난 성지 주일       2007년 4월 1일 


루가 22, 14- 23, 56.


오늘 들은 루가복음서의 수난사는 예수님이 하시는 일과 사람들이 하는 일이 대조적이라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내어주면서 사람들을 살리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부인하고 죽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과 이별하는 최후만찬에서 유언을 남기십니다. 빵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이것은 너희를 위하여 내어 주는 내 몸이다.’, 또 포도주 잔을 들고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다음 ‘이 잔은 그대들을 위해 쏟는 내 피로써 맺는 새 계약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당신을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제자들은 식탁에서 서로 다툽니다. 그들 중에 누가 제일 높으냐는 문제로 다툽니다. 인류가 집단을 이루어 살면서부터 줄곧 다투는 문제입니다. 인간은 남을 지배하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을 우러러보고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그런 강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생각은 다릅니다. ‘나는 그대들 가운데 시중드는 사람처럼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지배가 아니라 섬김이 하느님의 생명을 사는 하느님 자녀의 처신이라는 말씀입니다.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곳에는 폭력과 좌절과 죽음이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섬기는 곳에는 사랑과 희망과 생명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녀를 지배하지 않고 섬겨서 생명이 자라게 합니다. 효도, 부부애, 우정, 이런 것이 우리에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모두 섬겨서 생명을 보살피는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인 유다는 돈 몇 푼을 받기로 하고 스승을 잡아 줍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이 체포되자 신변의 불안을 느낀 나머지 스승을 모른다고 공언합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쉽게 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돈 몇 푼이 소중하여 이웃을 배신하고 버립니다. 정치한다는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찾는 것은 자기 자신과 자기 패거리의 영달입니다. 우리는 그런 말이 지닌 이중성을 신물 나게 보아왔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는 배신하고 속이고 버리는 일을 예사로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은 동족인 예수님을 그들이 미워하던 이교도 지배자인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고발합니다. 로마법에 따르면 식민지에서는 로마총독만이 사람을 사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반란 선동죄로 총독에게 고발합니다. ‘우리고 보니 이자가 우리 민족을 이간하여 황제에게 세금을 바치지 못하게 하고 자칭 그리스도 왕이라 하였습니다.’ 유다를 식민지로 지배하는 로마제국을 거슬려 선동하였다는 말입니다. 그들의 이런 고발로 빌라도의 법정에서 예수님은 정치범이 되었습니다. 점령하고 통치하는 로마 총독이 철저하게 다스려야 하는 정치적 반동분자입니다. 식민지 유다의 지도자들은 오늘 점령국의 총독 빌라도 앞에서 로마제국의 충실한 신민(臣民)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미워합니다. 그들은 그들이 미워하는 그 생명을 없애 버리기 위해 그들이 평소에 가졌던 민족적 자존심마저 버립니다.


예수님은 평소에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를 가르치고 실천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유대교 지도자들이 죄인이라 판단하고 버린 사람들과 어울리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그들을 버리지 않으신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의 자비와 용서에서 아무도 제외하지 않으신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거짓 예언자로 보았습니다. 그들이 가르치는 하느님은 죄인을 미워하고 벌주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이 믿고 계신 하느님은 사랑하고 자비하신 분이었습니다. 유대교 기득권자들은 예수님이 그들의 권위에 감히 도전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그들의 권위와 그들을 높은 지위에 올려 준 제도였습니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다반사로 하는 일입니다. 그들은 자기에게 맞서는 자들을 미워하고 짓밟고 죽입니다. 미움은 남을 먼저 죽이고, 자기 자신도 영원히 죽는 악마적 힘입니다.


루가복음서는 빌라도가 예수님을 헤로데에게 보낸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헤로데는 예수님을 심문하고 조롱한 다음 다시 빌라도에게 돌려보냅니다. 이어서 복음서는 말합니다. ‘전에는 원수로 지내던 헤로데와 빌라도가 바로 그 날 서로 친구가 되었다.’ 헤로데는 젊었을 때 로마에 유학하였습니다. 그는 로마 황제 주변 인물들과 친분을 유지하였습니다. 따라서 총독인 빌라도는 그를 불편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들은 그날 예수님을 결박하여 서로 주고받으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예나 오늘이나 사람들은 제삼자를 함께 미워하고 짓밟으면서 쉽게 동료 의식을 갖습니다. 흔히 제삼자에 대한 우리의 입방아는 우리끼리 동료 의식을 갖게 하는 계기이기도 합니다.


유대교 지도자들과 군중은 빌라도 앞에서 예수님을 버리고 바라빠를 택합니다. 바라빠는 폭동과 살인죄로 체포된 인물이었습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의 권위에 도전한 예수님은 폭동과 살인을 범한 자보다 더 괘씸한 죄인입니다. 종교인이든 비종교인이든 권좌에 앉았다고 생각하는 자는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가장 큰 분노를 느낍니다. 유대교 지도자들은 하느님이 사람을 미워하고 벌하고 죽이는 분이라고 믿었습니다. 하느님이 용서하고 살리시면, 그들 안에 소용돌이치는, 미워하고 죽이는 힘을 정당화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이 용서하고 살리시는 분이라고 확신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당신도 용서하고 살리는 실천을 하셨습니다. 오늘 우리가 믿는 하느님도 과연 용서하고 살리시는 분인지 스스로에게 물어 보아야 합니다. 우리가 용서하고 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면, 우리도 용서하고 살리는 하느님을 믿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을 앞두고 예수님은 하느님을 생각하십니다. 예수님에게 죽음을 넘어서 미래는 하느님이십니다. 루가복음서는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옵니다!’라고 기도하고 숨을 거두셨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죽이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소서.’ 예수님은 살아계실 때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고 믿으셨습니다. 하느님이 살리시는 분이라 예수님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살리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여 살리셨습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스스로를 내어주고 쏟아서 그 일을 하셨습니다. 재물과 권위는 이 세상에서 우리 자신을 소중히 지키는 수단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위해 무자비와 미움의 힘을 동원합니다. 섬김과 용서는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생명이 하시는 일입니다. 예수님을 기념하여 행하는 성찬은 이 섬김과 용서를 인류역사 안에 살아 흐르게 합니다. 그 성찬에 참여하는 그리스도 신앙인은 그 섬김과 용서를 몸짓으로 역사 안에 현실로 살아있게 합니다. ◆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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