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연중 제32주일 2006.11.12. 컵에 우유가 반밖에? 반씩이나? - 안 향 신부님

2006. 11. 16. 오전 10:35:17

글자
요즘 열심히 테니스를 배우고 있습니다. 테니스를 치지 않았을 때는 몰랐었는데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그런데 테니스를 치다보니 별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이래저래 돈이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동기 신부가 선물로 사주었던 중고 라켓 하나로 사용하다가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욕심도 늘기 시작했습니다. 라켓도 두 개는 필요하고 조금 더 좋은 신발에 좋은 옷도 하나 둘씩 갖고 싶어집니다. "말 타면 종 부리고 싶다." 말이 있습니다. 내가 무엇인가를 가지게 되면 더 나은 무엇인가를 바라게 되고 늘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부족함은 아무것도 없어서 생명을 위협하는 부족함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지만 더 큰 만족을 못 채우는 부족함입니다.

우리나라 경기가 불황이고 생활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물론 생계와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막막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 힘들지 않은 사람들이 더 죽는 소리들을 해댑니다. 당장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죽는 소리조차도 못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현재 아프리카 동부 및 북동부 지역의 사람들은 극심한 식량 부족문제에 직면해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니 내가 지금 식량 부족에 허덕이고 있습니까? 아프리카 사람들 앞에서 내가 가난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간혹 군대에 들어와야 하는 우리나라 실정이나 미국 만한 국력이 없는 작은 땅덩이의 이 나라에 태어난 것을 한탄하는 젊은이들을 보게 됩니다. 왜 난 한국에 태어나서 이렇게 살아가야 하냐는 한숨을 내쉽니다. 이라크, 레바논, 보스니아, 수단 등에 태어나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내 또래의 청년들 앞에서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내가 지금 무엇인가에 부족함을 느끼고 가난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아무 것도 없어 생명이 위협받는 가난함입니까? 아니면 이미 어느 정도 가지고 있지만 더 큰 만족을 느끼지 못해서 생기는 가난함입니까? 나는 이만큼밖에 없습니까? 이만큼이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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